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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1일 일본 NHK 뉴스에 의하면, 전날 일본 경제산업성 소위원회는 후쿠시마 사고 원전에서 배출되어 누적되고 있는 삼중수소 등을 포함한 오염수 처분방법으로 해양방출을 추천하는 내용의 정식 보고서를 일본 정부에 제출했다. 이에 근거하여 경제산업성은 지역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해양방출 시기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출에 대하여 후쿠시마현과 이웃한 이바라키현 지사는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일본 어업계도 어업 피해 때문에 반대를 표명하고 있으며, 일본 유권자 절반 이상도 반대한다는 것이 최근 여론조사 결과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14일 시민환경단체들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에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출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현재 사고 원전에서는 삼중수소와 스트론튬 등 방사성물질을 함유한 오염수가 매일 약 170t씩 발생하여 2019년 10월31일 기준 약 117만t이 저장되어 있다. 함유된 삼중수소 방사능은 약 856조베크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국내외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환경 범죄에 해당할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출을 꾀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한 술 더 떠서 그보다 더한 고방사능의 상시적 해양 및 대기 방출을 계획하고 있다. 2022년 본격 가동 예정인 일본 북단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 위치한 대규모 재처리공장이 그것이다. 재처리공장이란 원전에서 발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산에 녹여 화학적으로 처리하면서 핵연료 사용 목적으로(또는 핵무기 제조 목적으로) 내용물 중 1%에 해당하는 플루토늄을 분리 활용하고 나머지는 고준위, 중준위, 저준위 방사성폐기물로 분리하여 저장한다.
재처리 과정 중 사용후핵연료 내 방사성물질들이 방출되는데, 삼중수소도 이 과정에서 방출된다. 롯카쇼무라 공장이 연간 800t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다른 방사성물질들에 더해 연간 약 9700조㏃의 삼중수소가 해양으로 방출된다. 이는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내 삼중수소 총량의 10배 이상이다. 게다가 대기로도 다른 방사성물질들과 함께 후쿠시마 삼중수소 총량만큼의 삼중수소를 매년 방출한다. 2022년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이 가동하게 되면, 환경 차원에서 볼 때 재앙에 가까운 대량의 방사능을 롯카쇼무라 주변 해양과 대기로 상시 방출하게 되는 것이다.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가동 여부는 일본의 핵무기 확산 가능성 또는 테러그룹들의 플루토늄 탈취 가능성 때문에 그동안 국제사회의 우려거리였다. 연간 800t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8t의 플루토늄을 분리하는데,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으로 핵무기 1000기의 분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환경적으로도 재앙 수준의 방사능을 상시적으로 해양과 대기로 방출하는 방사성폐기물 방출 공장인 것이다.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이 중지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강정민 |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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