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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주변인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천리 해안가에 철새들이 모여 있다. 성산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제공
제주 성산에 사는 ㄱ씨는 자신의 집이 제2공항 사업 예정지로 편입된 사실을 어느 날 저녁 뉴스를 보고 알았다. 현 제주공항의 관제시설을 개선하고 보조활주로를 활용하면 ‘제2공항은 필요 없다’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 보고서는 은폐되었다. 제2공항 사업 근거인 2045년 항공여객 수요는 ‘사전타당성 검토’ 4560만명, ‘예비타당성 보고서’ 4042만명, ‘기본계획 용역’ 3890만명으로 일관성이 없었다. 애초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제2공항 사업을 설계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역주민 460명이 서명해 요구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협의 의견 공개를 거부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 ‘갈등 해소와 주민 수용성 우선 확보’ ‘합동 현지조사’ 등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집 앞에서 흔히 발견되는 맹꽁이 등 각종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기록되지 않았다.
‘제2공항, 상생방안 마련하고 기본 및 실시설계 착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주 2020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선 상생, 후 공사’를 언급했다. 그런데 상생의 알맹이는 없었다. 상생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연내 강행’만 강조한 것이다. 반면에 올해 제2공항 최대 쟁점인 도민 의견수렴을 위한 공론화 과정은 쏙 빼버렸다. 정보 비공개와 부실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전면 재검토 혹은 도민 의견수렴 후 결정’을 지지한 70% 이상의 여론은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제주 언론 4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계획대로 추진’은 불과 22.8%였다.
지난 10년 동안 제주 항공여객은 매년 100만명씩 급증하고, 2019년 항공여객은 3000만명에 육박했다. 하루 평균 약 10만명이 제주를 방문했다. 그사이 제주의 환경 수용성, 사회 수용성은 한계를 초과했다. 차량 증가와 교통혼잡, 하수처리장 용량 초과, 1인당 쓰레기 배출량 전국 최다, 소각장 포화와 폐기물 불법 해외 유출, 중산간 난개발, 지속 가능 이상의 지하수 취수, 땅값 상승률과 범죄 발생률 전국 최고 등 삶의 질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토부의 계획대로라면, 2045년 제주는 지금 항공여객보다 1.5배 많은 4560만명을 수용할 것이다.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제주 제2공항에 대한 국토부의 일관된 입장은 인텔리 관료 중심, 정보 비공개, 물량 만능이었다. 김현미 장관은 철저하게 ‘성장 환상’에 빠져 있었다. 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주도했고, 지역 난개발을 성장이라 불렀다. 코로나19의 충격을 공공부문 건설경제 활성화로 극복하겠다고 했다. 제2공항 사업! 일부에게는 돈을, 다수에게는 절망을 안겨줄 것이다. 김현미의 상생은 딱 그 수준이다. 그런 그가 제2공항 건설 여부를 쥐락펴락하는 상황은 아주 비극적이다. 제주의 미래는 ‘성장 관료’ 말고, 우리가 결정할 일이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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