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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 운영을 둘러싼 한국마사회와 반대주민 간의 갈등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갈등은 마사회가 지난 6월28일 시범운영을 강행하면서 양측의 벼랑 끝 힘겨루기 양상으로 악화되고 있다. 마사회 측은 합법적 절차를 거쳐 시설을 개장한 만큼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장외발매소 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1200억원을 들인 용산 화상경마장이 주민반대로 폐쇄될 경우 마사회의 존립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절박감이 엿보인다. 다만, 화상경마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감안해 10월 말까지 4개월간 시범운영해본 뒤 폐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반대주민 측은 시범운영이 국면전환을 위한 ‘꼼수’일 뿐이고, 마사회가 형식적인 합법성 논리로 교육 여건과 주거환경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지역주민·학부모·교사들의 서명운동에 이어 성심여중·고 학생들까지 시위에 참여하고, 국민권익위원회와 서울시, 용산구도 연이어 화상경마장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자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달 중순부터 조정에 나섰다. 반대주민 측은 마사회가 반대주민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시범운영을 중단하면 조정절차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마사회가 협의기간 중 시범운영 중단을 요구하는 반대주민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대화협의체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용산 화상경마장 갈등은 마사회나 반대주민 일방의 요구대로 관철되기 어려운 구도를 띠고 있다.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반대주민을 제압하고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사태를 극한으로 악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반대주민이나 외부의 압력에 의한 일방적인 사업장 폐쇄는 마사회로서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카드이다. 주민투표로 해결하자는 제안은 실행가능성도 희박하거니와 중앙정부의 요청으로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하더라도 투표과정에서 찬반 진영 간의 격렬한 대립으로 지역사회의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1일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앞에서 용산지역 초ㆍ중ㆍ고 교장들이 화상경마장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추처 : 경향DB)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 대화로 풀 수밖에 없다. 먼저 마사회 측이 형식논리나 절차적 합법성만으로는 더 이상 주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도심지역에 화상경마장을 운영하는 것이 접근성과 수익성에는 유리하지만 그만큼 기회비용이 높다는 점도 받아들여야 한다. 동일지역에서 화상경마장을 이전할 경우 주민 의견수렴절차를 제외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기습적으로 개장한 것도 무리수였다. 시범운영 후 평가를 받겠다는 자신감도 마사회의 일방적인 구상일 뿐, 주민들과 사전에 합의한 사항도 아니므로 새로운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 반대주민도 무조건 사업장 폐쇄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대화와 합의를 통해서만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조정개시를 위한 조건을 찾아가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마사회와 반대주민 측의 동의로 조정절차가 개시되면 양 당사자가 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인 조정인을 확보하는 것이 합의도출의 관건이다. 이를 위해 국민대통합위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 복수의 조정안을 추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용산 화상경마장 갈등은 마사회와 반대주민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방법이다.


정정화 |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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