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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어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내란음모 혐의를 유죄로 본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핵심 공소사실인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가 선고되면서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 의원 등이 내란범죄 실행의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피고인을 비롯한 회합 참석자들이 내란 행위의 시기, 대상, 수단·방법, 실행 또는 준비에 관한 역할 분담 등을 특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지하혁명조직 ‘RO’와 관련해서도 “제보자 진술만으로 RO 조직의 존재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1심에선 피고인들이 남한 사회주의혁명 완수를 목표로 RO를 구성했으며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 실행을 모의했다고 봤으나 2심 재판부가 이를 부인한 것이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11일 통합진보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이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우리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오로지 사실과 증거에 입각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의원 등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내란음모라는 중대 범죄의 유무죄를 가르는 일에는 일체의 외부 요인이 배제돼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폭동의 세부적 계획에까지 이르지 않았다”면서도 공소사실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2심에서는 보다 정교한 법리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본다. 다만 ‘음모’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선동’을 인정한 것은 ‘타협적’ 판결로 비친다.

내란음모 무죄 판결은 현재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통상 내란음모가 조직적·계획적 성격이 강한 데 비해, 내란선동은 개인적·우발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해석한다. ‘음모’가 성립하려면 2인 이상의 범죄 실행 합의를 필요로 하지만 ‘선동’은 2인 이상이 참여하거나 구체적 모의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헌재가 이 같은 법해석을 정당해산 심판에 적용할 경우 이 의원 등의 범죄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게 된다.

내란음모 사건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8월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규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과 촛불집회가 잇따를 즈음이다. 국정원은 3년간 내사를 벌여온 사건을 갑자기 공개수사로 전환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이제 국면전환용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최종심을 맡게 될 대법원이 엄정한 심리를 통해 모든 진실을 밝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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