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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의 인기로 이순신이 우리 곁에 바싹 다가왔다. 이순신의 지극한 나라 사랑과 백성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우리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 놓고 있다. 우리의 이 뜨거워진 가슴이 오늘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얼마 전에 우리나라를 다녀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메시지가 우리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메시지가 우리에게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좌절감이 깊어진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오늘의 난제를 풀어갈 수 있는 해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이 질문에 떠오르는 인물은 지금으로부터 1400여년 전의 사람인 원효이다. 원효가 신라시대 고승이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원효가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그의 화쟁(和諍) 사상 때문이다.

경북 경산시민들이 29일 경산시립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원효대사 특별기획전’을 관람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원효는 다툼의 화해를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첫째 각 주장의 부분적 타당성을 변별하여 수용해야 하고, 둘째 모든 쟁론의 인식적 토대를 초탈하여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경지를 가져야 하고, 셋째 쟁론은 언어에 의한 다툼이므로 언어를 제대로 이해시켜야 한다고 했다.

다툼의 화해가 이루어지면 회통(會通)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였으니 이 얼마나 명료한 제시인가. 원효는 <대승기신론>에서 중생으로 하여금 의혹을 버리고 잘못된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큰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고 했다. 우리 마음이 너무 작아서 다툼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마음이 작아진 이유는 상념에 얽매여 있기 때문인데 그 상념은 무명(無明), 즉 모르는 상태에서 생긴다고 하였다. 상념은 진실과 거리가 있는 소모적인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갈등은 진실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우리는 진실규명을 위해 이 모든 갈등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보면, 과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진실이 무엇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원효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모두 다 틀렸다’ 그리고 ‘모두 다 맞았다’ 이것이 원효가 화쟁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고 모두가 맞는 방향으로 맞추는 것, 이것이 바로 원효가 말한 수평적 소통에 의한 회통이다. 인간에게 표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말은 인간은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삶이 과학의 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화쟁으로 살아가는 것이 편리하다. 모두 다 틀렸기에 타당한 것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모두 다 맞았기에 포용하면서 언어로 상처주지 않도록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 문제의 처방전이라고 원효가 알려주고 있다.


방귀희 | 솟대문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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