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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사망한 윤모 일병의 유족과 윤 일병 폭행 사망의 전 과정을 목격한 김모 일병의 만남을 군 당국이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가 그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일병과 그 가족을 직접 만나 확보한 진술을 토대로 그런 주장을 폈다. 김 일병은 윤 일병을 생전에 도와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유가족을 만나 도우려고 했으나 어느 누구도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일병 가족도 김 일병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줄곧 군 당국에 만나게 해달라고 애원했으나 김 일병이 원하지 않는다며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군인권센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참담한 일이다. 김 일병과 그 가족들이 사건 초기부터 윤 일병의 유족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군 당국이 이를 은폐·왜곡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 일병의 증인 출석과 관련해서도 국방부는 지난 11일 “군 검찰이 김 일병을 출석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천식으로 전역한 상태였고, 김 일병의 부모가 출석을 거부했다”고 발표했다. 김 일병과 그 가족이 마치 윤 일병 사망과 관련한 증언을 거부한 듯한 인상을 준다. 군의 이 발표로 김 일병과 그 가족은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지탄과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고 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기 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군 당국의 해명은 군색할 뿐이다. 지난 11일 김 일병의 부친이 윤 일병의 유가족을 만나겠다는 의견을 전달해와 유가족은 물론 군인권센터 측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양쪽 모두 응답이 없었다는 식이다. 김 일병이 재판에 불출석한 경위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김 일병 부친이 아들의 건강이 좋지 않아 출석이 어렵다는 의사를 전한 것을 놓고 김 일병 측은 당시 단순히 증인의 건강 상태를 설명한 것으로, 군은 증언 거부로 받아들인 듯하다. 김 일병 측은 공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듣지 못한 상황에서 단 한 차례 전화를 받고 건강 때문에 출석이 어렵다고 답한 뒤에는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외부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윤 일병 사건은 냉동식품을 먹다가 질식한 것으로 왜곡될 뻔했다. 김 일병과 그 가족 또한 진실 규명을 거부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될 뻔했다. 군은 구구한 변명보다 윤 일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부터 낱낱이 규명하는 게 실추된 군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윤 일병 사건마저 이렇게 의혹투성이로 만들어놓고 군 사법제도 개편과 옴부즈맨제도 도입 등의 개혁을 거부할 명분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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