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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세월호를 기억하며 모인 시민들의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유민 아빠 김영오님은 단식 40일째 되던 지난 금요일 병원으로 이송되었지요. 병원에서도 단식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유민 아빠가 머물던 천막의 빈자리를 보면 가슴 한쪽에 아련한 슬픔이 밀려오지만, 요즘 광화문광장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더 많은 시민들께서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루 단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시민들, 벌써 여러 날째 단식을 이어가면서 광장을 떠나지 않는 시민들도 있고, 잠시이지만 시간을 내어 지지방문으로 성원을 보태주는 분들도 많지요. 보태는 방식은 서로 달라도, 그 마음은 하나일 것입니다. 특별법을 제정하여 성역 없이 철저하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자는 것, 그리하여 앞으로 우리 사회가 다시는 그와 같은 참사를 겪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기틀을 함께 만들자는 것이지요. 일상에 바빠서 광화문광장에 들르지 못해도 모든 국민들의 마음은 같을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참사와 관련된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는데도 참사 넉달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수사권을 가진 경찰과 검찰은 세월호 선원들을 기소한 것 외에는 변죽만 울리고 있지요. 유병언 일가와 그의 도피를 도와준 이들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지만, 그 수사는 유병언 일가의 횡령·배임, 범인도피를 도와 준 이들에 대한 수사일 뿐이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과는 거리가 멉니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아무리 소소한 사건이라도 그 사건의 전말과 진상을 밝히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상식이지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무엇이 켕기는지 진실규명이라는 소박하고도 당연한 국민들의 요구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냥 외면만 하는 게 아니라, 논리도 근거도 없는 궤변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네요. 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이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수많은 법학자와 변호사들이 말했는데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그런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문명국가가 아니라고 했다지요. 어이없네요. 유가족들은 스스로 수사하겠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유가족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고 성역 없는 진실규명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이 유가족과 국민의 요구입니다. 이런 당연한 요구를 그따위로 왜곡하다니,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합리적 이성을 갖춘 분들인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지금 세월호 유가족들은 대통령의 책임 있는 결단과 답변을 기다리며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노숙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유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무엇보다 진상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언제든지 다시 찾아오라고 말했습니다. 대국민담화에서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온 국민 앞에서 약속했지요. 그런데도 왜 그저 침묵만 하고 있는지요? 정말이지 대통령의 침묵이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전국 15개 대학의 대학생들과 교수, 시민들이 25일 서울대와 경희대를 출발해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뒤 청와대로 행진하려다 경찰에 저지당하자 "평화 행진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어느새 광화문광장은 국민들의 마음의 터가 되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희망을 다짐하며, 따스하고 아름다운 마음의 연대를 확인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지요. SNS에서 사진 하나를 보았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의 시민 30여분이 세월호 가족의 염원과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각자의 이름으로 노란색 현수막을 만들어서 동네 가로수마다 걸어 놓은 것입니다. 노란 리본 달기, 노란 풍선에 마음을 담아 날리기, 사진전시, 막말과 유언비어에 대응하여 진실을 알리기 등 다양하고 기발한 행동으로 국민들은 성역 없는 진실규명과 특별법 제정에 마음을 보태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성역 없는 진실규명’을 외치는 국민들의 목소리와 행동이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절대로 끊어질 수 없는 마음과 마음이 모아지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더 크게 들불처럼 번져 나갔으면 합니다. 특별법 제정은 유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안전한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꼭 필요한 출발점이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주권자인 국민의 힘이니까요.


이호중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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