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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이 사안은 단순히 수사기관 사이의 권한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수사구조 개혁이라는 차원임”을 명백히 했다. 이 논의가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놀라운 인식의 발전이다. 다만,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망령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검사가 인권옹호기관이라는 망령이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경찰의 권한 집중과 남용이 우려되므로 인권옹호기관으로서 검사가 이를 견제하고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형사절차에서 인권옹호기관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그 기관은 부당한 인권침해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이를 “정부와 사건 당사자들로부터 독립되어 있을 것”이라고 표현한다.

먼저 형사절차에서 인권보장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형사절차에서 인권보장이란 정부, 즉 수사당국에 의한 자의적 구금과 고문과 같은 국민의 기본권을 탄압하는 사례를 예방하는 것으로부터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형사사법절차에서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법권이 분리되었으며,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들의 독립성이 엄격히 보장되고 있다는 역사적 명제를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검사는 공무원이다. 그것도 소위 검사동일체 원칙이 지배하는 혹독한 위계질서 내의 공무원이다. 정부에 의해 고용된 공무원인 검사가, 정부로부터 독립하여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인식은 헛된 상상에 불과하다.

또한, 사건 당사자들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수사와 기소에 관여했던 사람은 그 사람의 개인적 속성이나 개인적 공정함과는 무관하게 사안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어렵다. 피고인을 수사하고 기소했던 사람은 피고인에 대하여 비판적이고 부정적 태도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규문주의 이후 형사소송의 가장 중요한 진전이라고 볼 수 있는 기소와 재판이 분리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형사절차에서 신뢰를 향유할 수 있는 존재는 수사와 기소에 관여하지 않은 법원뿐이다. 수사기관에 불과한 검사가 또 다른 수사기관인 경찰과는 달리 피고인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부디 엘리트에 대한 선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길 빈다. 우리는 이미 법률가와 행정가, 수많은 엘리트에 의한 부패와 범죄를 너무 많이 보아오지 않았는가.

수사기관이 스스로 인권옹호기관의 지위를 자처할 때 형사소송절차에서 국민의 인권은 오히려 약화된다. 검사의 인권옹호기관적 지위는 검사의 결정에 합법성과 공정성이라는 면죄부를 준다. 인권옹호기관이라는 망토를 뒤집어쓴 채,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고,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며 국정을 농단한 작금의 사태를 직시해야만 한다.

언제부터 우리 국민의 인권을 검사들이 지켜왔는가? 누가 검사에게 인권옹호기관이라는 자격을 부여했는가? 수사절차는 본질적으로 인권침해의 절차이다. 수사기관인 검사는 본질적으로 인권침해의 기관이다. 수사기관인 검사는 이러한 기관적 속성을 자각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 허락된 절차 내에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인권침해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이다.

<조순열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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