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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 바람을 타고 시작된 시리아 내 평화적 시위는 정부에 대한 분노에서 정부군 대 반군의 전쟁으로, 종파의 전쟁으로, 패권의 전쟁으로 그리고 이와 얽힌 국제 세력들의 전쟁으로 확대되었다.

2011년 3월부터 현재까지 2만7000여명의 아동이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잃었다. 20만명 이상의 아이들은 포위 공격을 받는 지역에 갇혀 살고 있으며 아동의 79%는 가족의 죽음을 경험했다. 전체 시리아 난민의 절반이 아동이고 60% 이상의 5세 미만 아동은 출생이 등록되지 않았다. 난민 아동 중 63%가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

장기화된 전쟁 속에서 태어난 아이는 전쟁이 없는 세상을 모르고,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는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매일 총격과 폭격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아이는 살아남기만을 기도하며, 목숨을 걸고 시리아를 떠난 아이는 폭력과 인신매매의 위험에 노출된다. 실향민 또는 난민이 된 아이들은 심각한 영양실조를 앓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어른들이 만든 분쟁 속에서 아무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무고한 아동에 대한 전쟁. 3월15일이면 8년째로 접어드는 시리아 내전은 더 이상 그 어떤 명분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아동에 대한 전쟁이다. 지난 7년 동안 지속된 시리아 내전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난민촌 아이들은 신호등을 몰라요. 세상에 코끼리나 돼지 같은 동물이 있다는 것도 모르지요. 난민촌에서는 정착을 막기 위해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고 있어서 씨앗을 심으면 자라서 열매를 맺는다는 자연의 순리도 가르치기가 쉽지 않아요.” 이나스 알파즈는 시리아 긴급구호 교육사업 담당자로서 난민 아동들을 위한 월드비전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쟁이 끝나고 아이들이 난민촌을 떠나 세상으로 돌아가면 과연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녀는 적어도 자신이 맡은 아이들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꿈을 안고 오늘도 난민촌으로 향한다.

작은 축구공 하나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또 전쟁이 끝난 후 아이들의 일상을 지켜줄 울타리가 될 것이기에 우리는 이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월드비전은 3월15일부터 시리아 내전을 포함한 분쟁 피해지역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한 ‘I AM(아이엠)’ 캠페인을 진행한다. 그 시작으로 월드비전은 얼마 전 동구타 지역의 영속적인 휴전을 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동구타의 현 상황은 민간인과 아동에 대한 명백한 학살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할 곳 없는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우리는 국제사회에 압력과 목소리를 더해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분쟁으로 피해를 입은 아동들이 아이다운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어른들이 만들어낸 분쟁에서 아이들을 지켜주는 당연한 일을 실천해야 하는 사람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나와 당신이다.

<남희경 | 월드비전 옹호·시민참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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