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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하루가 가을날 열흘 맞잡이’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봄은 한 해 농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고, 그만큼 농업·농촌이 분주해지는 시기다. 이맘때 농촌에 가면 농업인들은 볍씨 준비, 논둑과 밭고랑 정비, 밑거름 작업 등으로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렇게 바쁜 농업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바쁜 일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이다.
지난 4월16일부터 20일까지 4박5일간 전국 팔도의 영농현장을 다녔다. 쌀 전업농가, 과수농가, 축산농가 등 여러 농가를 방문해 농업인들과 대화를 했다. 밤을 새워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그동안 열심히 해왔지만 여전히 농협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농민들 곁에서 함께하는 게 농협의 존재가치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현장에서 만난 농업인들은 영농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농협이 적극적으로 나서 해소해달라고 요구했다. 축산농가는 미허가 축사, 태양광농가는 인·허가 규제, 과수농가는 수급 조절 등 농가마다 나름의 고충이 있었지만, 모든 농가가 공통으로 토로한 어려움은 일손 부족이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2018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농업인이 꼽은 가장 심각한 경영 위협요소가 일손 부족(49.5%)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현장의 어려움과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는 무엇보다 기계화가 선행되고 기계로 대신할 수 없는 부분에는 체계적인 인력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농 기계화는 1979년 시작해 8차까지 이어진 정부의 ‘농업 기계화 계획’과 농협이 실시하는 농기계은행 사업을 통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논농사의 경우 기계화율이 98.4%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밭농사의 경우 대상 작물이 200종이 넘고 영세 소농은 농기계를 보유하기 쉽지 않아 기계화가 60.2%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올해 밭농사용 농기계를 장기임대하는 주산지 일관 기계화 사업에 440억원을 투입해 기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농협도 이에 맞춰 올해 1200억원의 자금과 170억원의 예산을 농기계은행 사업에 추가 투입해 전국 농경지의 17.6%인 농작업 대행면적을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농작업 지원을 위한 인력 중개에도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자체와 협력해 농작업 숙련자로 구성된 영농작업반을 지난해 72개에서 100개로 확충하는 등 54만명 이상의 유상인력을 중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 기업체 등과의 협력을 통해 자원봉사 인력도 31만명 이상 소개하여 농촌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17일에는 전국 157개 시·군에서 자원봉사자 3만명이 참여한 영농지원 발대식을 개최해 전 국민에게 영농기 도래를 알리고, 일손돕기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농사일에 서투른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전문가에 비해 생산성은 다소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마음이 담겨 있어 농업인에게 몇 배의 가치로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에 참여한 이들도 단순한 일손 지원을 넘어 봉사의 기쁨과 함께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 넉넉한 인심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올봄 잠시 짬을 내어 농촌에서 힐링하기를 도시민들에게 권해 본다.
<김병원 | 농협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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