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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2019년도 제8회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자 1691명을 지난 26일 발표했다. 합격률은 50.78%로 지난해 49.35%보다 소폭 상승했다. 계속 떨어지던 합격률이 반등한 것은 처음이다. 법무부는 “지속적인 합격률 하락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충실한 교육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봉책으로 변시와 로스쿨 제도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는 어렵다. 2009년 3월 문을 연 로스쿨이 10년을 맞은 만큼, 바람직한 법률가 양성 체제를 위한 근본적 점검이 필요한 때다.

변시 합격자 기준은 사실상의 ‘정원제’다. 법무부는 2010년부터 ‘로스쿨 입학정원(약 2000명)의 75%(1500명) 이상’이라는 기준을 적용해왔다. 합격률은 제1회 시험 때 87.1%를 기록했으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하락해왔다. 불합격에 따른 재응시자의 누적 때문이다. 합격선이 계속 높아지면서 선배들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고도 탈락하는 후배들이 생겨났다. ‘사시 낭인’ 대신 ‘변시 낭인’이 양산되고, 로스쿨 교육은 변시 합격을 위한 기술 습득에 매몰되면서 황폐화하기에 이르렀다. 로스쿨 교수·학생들은 변시 합격률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며 외려 합격자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앞에서 대한변협(왼쪽)과 로스쿨 재학생·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가 동시에 집회를 열고 있다.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이 발언하는 동안 로스쿨 학생들은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변시 합격자 결정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의 밥그릇 다툼 차원으로 다뤄져선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법조인의 자격’에 대한 시민적 합의다. 다양한 판례를 분석·비판하는 대신 최신 판례만 달달 외우고, 인권법·국제법 등 특성화 과목을 외면한 채 변시 예상문제만 풀던 사람들이 변호사 자격을 얻는 일이 공동체를 위해 바람직한가. 이는 복잡다기한 법률 수요에 호응하기 위해 다양한 배경·지식·경험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고자 도입된 로스쿨 제도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변시의 자격시험화를 촉구하는 입장을 각각 발표했다. 우리는 이들의 견해에 공감한다. 법조인의 다양성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 변시를 자격시험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법조계·학계·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시민에게 보다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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