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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대통령의 ‘밥값’

opinionX 2019. 4. 29. 11:28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국가수반은 올해도 어김없이 싱가포르 총리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의 조사(상위 20개국 공개)에 따르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연봉은 161만달러(약 18억7000만원)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봉의 4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2배에 달했다. 리셴룽 총리 뒤는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56만8400달러), 스위스 윌리 마우러 대통령(48만3000달러), 트럼프 대통령(40만달러) 순으로 이었다. 2억26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문재인 대통령은 20위권 아래다. 국가수반의 연봉이 국력이나 경제규모와 비례하지는 않는 셈이다. 싱가포르 총리가 매년 연봉킹에 오르는 것은 리셴륭 총리의 아버지 리관유 전 총리가 마련한 독특한 급여체계 덕이다. 1994년 리관유 당시 총리는 각료의 연봉을 은행원·변호사·회계사 등 8개 전문직 평균 급여의 3분의 2가 되도록 정했다. 여기에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8% 이상 오르면 연봉의 4개월치를 보너스로 받는 성과급도 도입했다. 일하는 정부, 부패 없는 정부를 추동하자는 취지였다. 싱가포르가 모범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깨끗한 정부로 평가받는 한, 국가수반의 ‘최고 연봉’은 시빗거리가 되지 않을 터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왼쪽)·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연봉은 미국 주요 기업 CEO 평균 연봉의 3% 수준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봉(36만9727달러)은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 연봉의 0.3%에 그친다. 모리타니의 압델 아지즈 대통령 연봉은 33만달러, GDP(국내총생산)가 모리타니의 2400배에 달하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 연봉은 그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 이번 집계에서는 빠진 터키의 ‘술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연봉이 무려 646억원에 달한다.

국가수반이라는 최고 ‘권좌’의 명예와 책임의 무게를 연봉액수로만 견준다는 건 턱없다. ‘사람은 밥값을 하고 소는 꼴값을 해야 한다’를 차용한다면, 연봉의 다과가 아니라 ‘국가 지도자로서 모름지기 밥값’을 하는지가 관건이다. 밥값 못하는 지도자에 대한 주권자의 분노와 자괴가 ‘박근혜 탄핵’을 불렀다. 만고의 진리다. 실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 평안히 잘살게 해준다면 대통령 연봉이 아무리 많은들 문제되겠는가.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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