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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시민의 숲’이라는 공원이 있다.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는 1988년 이곳에 매헌윤봉길기념관을 건립하고 그 주위를 나라사랑의 장(場)으로 만들려 노력해왔다. 그 결과 공원 안팎에 매헌동상, 매헌교(다리), 매헌숭모비, 매헌역, 매헌초등학교 등이 탄생되었고, 그 일대 새 주소명은 ‘매헌로’로 명명돼 명실상부한 매헌타운이 조성됐다. 당면현안은 부적합한 공원이름을 바로잡는 일이다. 시민들은 ‘시민의 숲’이란 공원 이름을 잘 모르고 양재공원, 양재시민공원, 매헌(윤봉길)공원이라고 멋대로 부르고 있다.

이런 문제점은 서울의 모든 공원이 시민의 휴식공간을 위해 조성된 시민의 숲이기에 발생한다. 이처럼 특정 공원의 이름으로 부적합하고 상징성이 없는 ‘시민의 숲’을 윤봉길공원으로 바꾸려 지난 30년간 개명운동을 펼쳐왔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초기 ‘관계 당국은 100년이 안된 인물의 이름을 공공시설에 명명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마침내 윤 의사 탄신 100주년이 되는 2008년 윤봉길공원으로의 개명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지역 국회의원이 “윤봉길 의사는 서초구와 연고가 없고, 윤봉길기념관이 특별히 서초구 내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황당한 이유를 대며 반대해 또다시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8월14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솔선해 ‘시민의 숲’을 윤봉길공원으로 개명한다고 발표해 큰 기대를 품었으나 그마저 일회성 공약으로 끝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세계적인 추세는 공원을 나라사랑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국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의 이름을 공공시설에 명명한다. 케네디공원, 링컨공원, 간디공원 등 이런 사례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따라 윤봉길 의사가 거사한 홍커우공원은 1988년 루쉰공원으로 바뀌었다. 루쉰은 중국인들이 추앙하는 중국의 문학가다. 또한 안중근 의사가 순국 직전 “내가 죽거든 하얼빈공원에 묻어두었다가 국권이 회복되거든 조국 땅에 반장해다오”라고 지목했던 하얼빈공원 역시 중국 공산당 영웅 리자오린 장군의 이름을 따서 자오린공원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기 부천시가 안중근 의사 동상을 원미구 중동의 중동공원에 세우고 안중근공원으로 바꾸었다.  지금 많은 시민들도 부적합한 공원 이름의 개명에 찬성하고 있어 정부와 서울시가 진지하게 협의한다면 윤봉길공원으로의 개명도 의외로 간단히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다가왔다. 윤 의사 의거는 당시 겨우 명맥만 유지하던 임시정부를 되살렸다. 임정 수립 100주년기념사업의 하나로 ‘시민의 숲’공원을 윤봉길공원으로 개명하여 임정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가 그 의미를 담아 명명된 윤봉길공원 원년이 되도록 정부와 서울시의 결단을 촉구한다.

<윤주 | (사)매헌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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