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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장관 딸의 교육 문제로 ‘특권 대물림’에 대한 국민 정서가 차갑다. 그동안 교육이 불평등을 대물림한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번 조국 사태가 결정적 단서가 되어 불만과 분노가 일거에 터진 것이다. 시민들은 불법적 통로만이 아니라 합법적 통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교육 불평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했다.

시민들은 대학입시라도 공정하게 치르기를 요구하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결과가 정의로울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쏘아붙인 것이다. 이것이 ‘대입 기회와 과정의 공정성’을 요구하고 수능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담긴 뜻이다.

문제는 ‘입시 공정성’에 초점을 맞춰 해법을 찾으면 길을 잃는다는 점이다. 대입 공정성은 기껏해야 ‘정시 확대’나 ‘학종 비교과 대폭 삭제’ 정도인데, 정시 확대는 교육의 미래를 볼 때 엄청난 퇴행이다. 수능 문제풀이 암기 수업은 글로벌 교육 경쟁에서 낙오를 의미한다. 학종 비교과 대폭 삭제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시민들의 불공정 불만 대책으로서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입시의 공정성’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 해법, 즉 ‘특권 대물림 교육체제 중단’을 문제 해결의 새 길로 보고, 상응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민들이 “결과가 정의로울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기회와 과정만이라도 평등하고 공정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할 때, 정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기회와 과정만이 아니라 결과도 정의로운 길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응답해 시민들의 답답한 맘을 풀어줘야 한다. 즉 ‘최소한’의 공정성을 바라는 시민들에게 ‘최대한’의 공정성으로 화답해야 한다. 최대한의 공정성이란 ‘특권 대물림 교육체제 자체의 해소’에 있다. ‘영어 유치원→사립초→국제중→자사고·특목고→SKY대→출신 학교를 차별하는 특권직업’이라는 이 특권 교육 트랙을 끊어낼 때가 왔다.

‘대입의 공정성’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특권 대물림 교육체제 해소를 통해 공정성에 대한 욕구 전체를 수용하자는 것이다. 대입의 공정성만을 주장하게 되면 특권 대물림 교육체제를 놔두고 그 안에 들어가는 티켓만 공정하게 주자는 것이 된다. 이는 또 다른 재앙이자 문제 해결의 하책에 그친다. 국가가 근본적으로 특권 대물림 교육체제를 혁신할 때, 대입 공정성 요구에 담긴 국민들의 요구도 더 잘 수용하게 되는 셈이다. 그게 낫다.

정부는 당장 ‘특권 대물림 교육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특권 대물림(교육) 지표’를 발표해야 한다. 대물림 입시 경쟁의 핵심 이유인 ‘수직적 대학 서열구조’ 개혁이 제일 시급하다. 정치의 힘으로 역부족이니 지금껏 방치했다. 이 과제야말로 ‘국민 참여형 공론화 기구’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 출신 학교 차별 없는 ‘공정한 채용 제도’ 법제화는 대학 서열 극복의 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 외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새삼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개혁해도 약자들의 삶은 곤궁하다. 그러니 취업과 진학 때 지역·계층 할당제 시행 등 소위 흙수저 계층을 위한 적극적 배려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학종 비교과 폐지 등을 중심으로 한 공정한 입시정책을 추진할 때, 비로소 국민은 안심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이 방향을 선택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송인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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