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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기업과 외국기업 간의 특허소송을 지켜보면서 이제 우리 기업이 외국의 선두 기업을 뒤따라가면서 2등만 해도 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두 기업이 촘촘하게 쳐놓은 특허 그물을 옆으로 피해가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체 개발한 신기술이 아니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왜 창조경제가 필요하냐고 하는데, 공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인식, 규제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항공기 등 교통분야에는 안전문제 때문에 규제가 많이 있다. 세월호 사고에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조선강국이라는 한국에서 최신 크루즈선을 운항하는 것은 사업성이 없기 때문에 일본에서 폐선하는 배를 투입해야 겨우 채산성이 맞다는 것이다. 운임은 정부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이익을 많이 내기 어렵고, 규제만 많은 사업분야에 능력 있는 사업자가 들어오기는 어려우며, 결국은 편법, 불법에 의존하는 사업자만 남게 된다. 지난번 청와대 규제개혁 회의 이후로 여러 가지 규제개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상당부분은 민생에 관련된 민원형 규제개혁이었다. 앞으론 민원형 규제개혁보다는 국가의 장기 전략적 관점에서 어느 분야의 규제를 풀어야 하는가 하는 논의가 더 중요하다.
지금 자동차 튜닝이 규제개혁의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데, 한국에서 자동차 튜닝이 선진국처럼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를지 좀 더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점은 엔진 성능, 연비, 외관, 승차감 등이 있는데 양산형 자동차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의 평균을 맞추다보니 대체로 개성이 없는 밋밋한 자동차가 나오게 된다. 이런 자동차를 소비자 개개인이 추가비용을 들여서 자기 취향에 맞게 고치려는 수요가 생기게 되는데 그동안 정부는 튜닝을 엄격하게 규제해왔으나 이제 단계적으로 허용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서울오토살롱 자동차 튜닝쇼 개막 현장 (출처 : 경향DB)
튜닝 중에서 화물 적재함 개조나 자동차 외관 개조는 창조경제라고 하기는 어렵고, 엔진 튜닝이 가장 중요한 분야다. 엔진 튜닝은 엔진을 개조해 공기 흡입과 연료 분사를 조절하고, 엔진제어장치(ECU)의 프로그램까지 수정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엔진 성능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엔진 튜닝을 허용하더라도 그런 차들이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에서는 자동차 경주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영암 자동차 경주도 적자에 시달리다가 폐지 위기에 놓여 있다. 자동차에 관련된 시설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 있어야 하며, 충남 이남에 위치하면 시설을 잘 지어놓아도 사업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수도권에 만들 수 있는 자동차 시설로 400m 직선코스에서 가속 성능을 경주하는 드래그 레이스(Drag Race), 주행 코스가 단순한 인디 500(Indianapolis 500 Mile Race) 같은 것들이 있다. 한국 고속도로의 최고속도가 시속 110㎞로 제한되어 있는 것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한가한 고속도로(예를 들면 청원-상주 구간)에 시험적으로 속도제한을 시속 150㎞ 정도로 운영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시험운영의 결과가 좋으면 독일 아우토반처럼 속도 무제한인 고속도로를 검토해볼 수도 있다.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자동차 오락 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자동차 튜닝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조중열 | 아주대 교수·전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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