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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에서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행사를 한다고 할 때 소비자들은 대개 반신반의하게 된다. 누가 보는 사람도 없을 텐데 과연 공정한 절차에 따라 추첨을 할까 하는 의심과 설마 대기업이 속이기야 하겠나 하는 믿음이 교차하는 것이다.
홈플러스가 소비자들의 이런 심리를 악용해 경품 사기극을 벌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MBC <시사매거진 2580> 보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올해 초 78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와 고급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행사를 벌였지만 당첨자에게 경품을 주지 않았다. 홈플러스 측은 당첨자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해당 브랜드의 다이아몬드 반지는 한국에 있지도 않은 상품으로 밝혀졌다. 홈플러스 측에서 해당 다이아몬드 회사에 문의한 적도 없다고 하니 애초부터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서울 선릉역에 설치된 홈플러스 가상 스토어 체험관 (출처 : 경향DB)
홈플러스의 소비자 속이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12년 3월에는 4500만원 상당의 외제 자동차를 1등 상품으로 내건 행사에서 당첨자를 조작하기까지 했다. 홈플러스 직원이 응모하지도 않은 자신의 친구에게 경품이 돌아가도록 한 뒤 물건을 현금화해 나눠 가졌다는 것이다. 일부러 시간 내어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 신상정보를 적어 응모함에 넣은 수많은 참가자들을 우롱하는 만행이다.
홈플러스는 해당 직원을 경찰에 고소하고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그런다고 이번 일이 개인비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경품 사기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고객정보 팔아먹기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를 통해 수집한 고객정보를 제휴 보험사에 한 명당 2000~2800원을 받고 넘겨왔다고 한다. 올해에만 네 번의 행사로 48억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하니 고객을 봉으로 아는 셈이다. 회사 측은 응모권 뒷장에 개인정보 제공범위를 명시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하지만 믿고 참가하는 고객의 뒤통수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객의 신뢰를 잃은 유통업체는 존재 이유가 없다. 당국이 이번 경품 사기에 대해 철저히 조사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다른 유통업체의 경품행사도 유사한 예가 있는지 점검해 소비자의 의심을 씻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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