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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경찰중앙학교장 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삭제 여부를 두고 벌어진 설전과 잇따른 대국민사과를 본 국민은 경찰의 한심한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을 것이다.

2016년 11월 광주지방경찰청이 페이스북에 올린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신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라는 홍보글이 사건의 발단이다. 이 글을 문제 삼아 이 청장이 당시 광주청장이던 강 교장을 질책하였고 곧바로 글이 삭제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시작된 촛불의 물결이 전국 곳곳에 불붙던 때로 광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광주지방경찰청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시민의 질서유지와 안전을 책임진 경찰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시민들의 질서 있는 행동을 치켜세우는 경찰의 모습은 이전의 경찰과는 확연히 달랐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13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에 참석해 최근 불거진 경찰 수뇌부의 갈등과 관련해 당사자들과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최근 이철성 경찰청장(왼쪽)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오른쪽)은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SNS 게시글 삭제 지시 의혹을 둘러싼 진실 공방을 벌였다. 강윤중 기자

얼마 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 100대 과제에서 2019년 전면적 자치경찰 실시가 언급되었다. 만약 당시의 광주경찰이 국가경찰이 아닌 자치경찰이었더라면 이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을까. 아마도 주민밀착형인 자치경찰의 성격상 ‘민주화의 성지’보다 더한 표현을 썼으면 썼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 사태는 왜 자치경찰을 실시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국가경찰 체계에서 꿈도 꾸지 못할 일을 지역경찰 스스로 해낸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가뜩이나 국민들로부터 인권감수성을 의심받고 있는 경찰이다. 하지만 인권을 멀리서 찾을 것 없다. 시민의 인권을 가장 잘 기약할 수 있는 것이 자치경찰이며 자치경찰의 한 지향점 또한 시민의 인권보호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금방 답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자치경찰은 수사권 조정과 별개로 반드시 예정대로 시행되어야 한다. 다만 자율방범대에 가깝다는 비웃음을 사기도 하는 제주자치경찰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 지방경찰청 이하 경찰조직을 국가경찰에서 떼내어 자치단체에 편입시키고 일반적 수사권까지 부여하는 온전한 자치경찰이어야 한다. 국가경찰이 지방경찰까지 장악하려는 과욕을 부린다면 이번과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이번 사태를 주민밀착형 자치경찰로 환골탈태케 하는 경찰개혁의 디딤돌로 삼아야 마땅하다.

<최영승 | 한양대 겸임교수(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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