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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가 갈팡질팡 중이다. 한국은 촛불항쟁으로 부패한 정부를 탄핵시키고 새 정부를 창출할 만큼 역동적인 사회이다. 심지어 자본과 극우의 휘장으로 유세를 떨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장으로 나가도록 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 촛불대통령 문재인 정부가 아닌가.

그런데 한국의 교육과 노동은 여전히 냉전과 적폐에 발목 잡혀 있다. 기업인들과 수구세력들은 노동조합이라 하면 여전히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며 노동자나 전교조를 종북좌파나 빨갱이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물화건 정보건 서비스건 가치가 생산되는데, 노동 없이 가능한가? 교육이라는 가치 역시 교육하는 노동자, 즉 교원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래서 일찍이 세계교원조합연맹이나 국제교원노조연맹이 창설되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말할 것도 없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가입되어 있는 국제교원노조연맹은 1912년 창립되었던 교원노조단체들이 통합과 분열을 거듭하면서 1993년 출범했다. 이 단체에는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172개국의 401개 단체가 소속되어 있다. 단체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2011년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는 3000만명의 교직원, 교사들이 가입해 있다.

2013년 세계 교육사에서 수치스러운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 전교조가 해직 교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규약을 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외노조라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것이다. 당시 전교조만이 아니라 정치가들, 법조인들, 국내외 많은 사회단체들이나 전문가, 시민들이 부당한 결정에 대해 비판하고 항의했다. 뿐만 아니라 이 결정은 지난 정부하 산별노조의 조합원 자격은 규약에 따름에 따라, 철도노조의 해직노동자의 조합원 가입은 합법이라고 했던 대법원 판결(2012두15821)과도 위배되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탄압은 박근혜와 양승태 리스트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냉전수구세력의 적폐이자, 대한민국의 가치 자체를 부인하는 결과이다.

돌아보면,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촉진시킨 전교조 교원들의 민족, 민주 인간화교육 실천을 위한 참교육운동으로 수많은 교원들이 부당해고당했으나 참교육운동은 중단되지 않았다. 그 운동은 일제식민잔재교육이나 군국주의와 독재정권 찬양교육과 촌지문화 등을 내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아가 참교육운동의 거름이 있었기에 2009년 당시 김상곤 경기교육감(현 교육부 장관)의 ‘혁신교육’이 가능할 수 있었다.

지난 정부는 전교조를 법외노조, 사실상 불법화시키면 참교육운동, 교육혁신운동도 금지시킬 줄 알았을까? 또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냉전독재시대의 교육으로 회귀시킬 수 있으리라고 착각했던가?

전교조 법외노조 이후에도 조합원들의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단결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국 교사들이 단결하여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아냈다. 마침내 전국 방방곡곡에 위대한 촛불이 밝혀지는 데 세월호운동과 함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에 덧씌워진 탄압의 족쇄를 끊어내고 부당한 법외노조 직권취소를 해야 할 이 시점에 무슨 이유로 망설이고 있는가? 최근 최저임금 문제를 포함한 일련의 비민주적 조치로 인해 시민들의 마음이 돌아서려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진보 지식인 323명은 “문재인 정부,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라며 현 정부가 혁신의 고삐를 더 이상 늦추지 말도록 당부한 바 있다. 아직 시간은 문재인 정부의 편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촛불시민의 “이게 나라냐”라는 준엄한 목소리를 잊는다면 촛불민심은 다시 광장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2기 정부는 이제 교육다운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이 죽으면 미래가 없다. 악법 사립학교법도 제대로 개정하고, 비리사학재단을 청산하여 죽어가고 있는 한국교육을 살려, 지난 10여년 퇴행해온 교육혁신을 단행할 때이다. 이 교육혁신의 신호탄은 문재인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 선언이어야 한다.

<김귀옥 | 한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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