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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는 성범죄동영상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도 해당 영상이 사라지기는커녕 ‘유작(遺作)’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충격적인 실태를 고발했다. 피해자는 전문업체에 돈을 주고 삭제를 의뢰했지만 동영상이 사라지지 않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영상은 피해자가 숨진 뒤에도 웹하드 사이트에서 100~150원에 거래돼 왔다고 한다.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알>은 성범죄동영상을 전문적으로 올리는 이른바 헤비업로더와 웹하드사이트 운영업체 간의 범죄적 공생관계를 파헤쳤다. 웹하드 업체들은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성범죄동영상 업로더들을 경찰의 단속이 미치지 않도록 감싸왔다고 한다. 경찰이 업로더의 신원정보를 요청하면 업체들은 외국인 명의의 가짜정보를 보내 조사를 막는다. <그알> 취재에 응한 헤비업로더는 웹하드 측이 ‘신변보호를 해줄 테니 일을 계속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고 폭로했다.

웹하드 업체들은 불법영상물을 걸러내는 ‘필터링’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매출하락을 우려해 필터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 증언도 나온다. 웹하드 업체들이 성범죄동영상 업로더들과 공범상태에 있거나 한술 더 떠 범죄를 교사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실이 이렇지만 사법당국이 이들에 대해 제대로 된 단속과 처벌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알>에 등장한 헤비업로더는 경찰에 적발됐지만 벌금 5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고 증언했다.  

지난 4월 말 문을 연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에는 두 달여 만에 800명 가까운 여성 피해자들이 영상물 삭제를 요청했고, 삭제지원 건수도 3000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한번 유포된 불법 동영상이 완전히 삭제되는 일은 드물다. 일본에서 합법적인 성인영화인 것처럼 유통된 뒤 국내에 역수입되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성범죄영상물 피해자들이 성폭력 피해자보다도 더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은 이처럼 ‘한번 찍히면’ 근절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일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디지털성범죄의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안감은 수만명의 여성들이 세 차례나 서울 도심에 모여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사법당국은 디지털성범죄의 실상을 분석해 치밀하고 종합적인 근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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