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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에는 50대 후반인 직원이 유난히 많다. 1987년부터 3년간 7413명을 채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1988년에는 농촌지역, 1989년에는 도시지역에 의료보험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집단별로 ‘의료보험조합’을 만들던 시절이라서 전국의 시·군·구에 255개 조합을 신설하는 대작업을 했다. ‘전 국민 건강보장’ 시대가 이렇게 열렸다. 

이것은 1977년 의료보험을 시작한 지 불과 12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 직장별, 지역별로 분리 설치된 의료보험조합들은 재정상태가 너무 달랐다. 가난한 농촌 지역조합은 늘 적자였으나 대기업 직장조합이나 대도시 지역조합은 적립금이 남아돌았다. 전국적으로 보험 혜택은 동일하게 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자 조합은 돈이 많아도 혜택을 늘릴 수가 없었다.

논쟁 끝에 2000년 367개 의료보험조합들을 ‘통합일원화’하여 건강보험공단을 ‘단일 보험자’로 하는 제도를 만들게 됐다. ‘의료보험’도 ‘건강보험’으로 명칭과 개념을 변경했다. 치료뿐 아니라 예방도 활동영역에 포함하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업이 건강검진이다. 전 국민에게 일정한 간격으로 종합적인 건강검진을 해주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

2008년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여 건강보험과 짝을 이루게 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일상 기능이 떨어져 수발이 필요해진 노인을 위한 요양보험은 국민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또 하나의 변신은 건강보험, 요양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5가지 사회보험료를 통합 징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는 사업체마다 각종 사회보험료를 계산, 납부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가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부터 건보공단이 한꺼번에 징수하여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에 징수금을 넘겨주고 있다. 결국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공단, 요양보험공단, 사회보험료 통합징수 공단의 3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작년에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도 개편됐다. 보험료를 부과하는 기준과 방식을 바꾼 것이다. 소득파악이 어려운 상태라서 지역보험료는 집, 자동차, 가족구성원의 성, 연령 등 갖가지 추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중심 부과방식을 개발하고, 직장가입자도 월급 외의 기타 소득까지 모두 반영하는 체계를 만들어냈다. 피부양자도 일정한 소득이 있으면 별도의 보험료를 내도록 했다. ‘조세개혁’에 해당하는 이 시도가 노심초사하는 준비 끝에 큰 문제없이 진행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재진행형의 변신이 바로 ‘문재인케어’다. 60% 이하였을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05년 암 보장성 확대로 65.0%까지 뛰었다. 그러나 그 이후 계속 떨어졌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6년 보장률은 62.6%에 불과했다. 보험급여 혜택을 늘리면 비급여 진료가 더 팽창하는 풍선효과 때문이다. 문재인케어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 진료 항목을 모두 건강보험으로 포함하면서 보장성을 늘리는 전략이다. 2022년까지 70%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건강보험은 개혁을 거듭해 왔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제도는 뿌린 만큼 거둔 성과다. 고령화시대의 도전은 더 클 것이다. 전 국민 건강보장 30주년을 기념하는 것은 응전의 각오를 다지기 위한 것이다.

<김용익 |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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