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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한 명이 겨우 눕는 쪽방 밀집지, 재래식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는 노후주거지, 급경사나 좁은 골목으로 재해에 취약하고 하수도·도시가스 보급이 어려운 달동네…. 추운 겨울을 맞은 주거 취약지역의 모습이다. 그동안 재개발, 재건축,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을 통해 주거여건이 많이 개선됐지만 도시 곳곳에 빈곤하고 소외된 주거 취약지역이 존재하고 있다.

새뜰마을사업은 국민이면 어디서든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지역발전위원회가 2015년 기획한 사업이다. 상향식 공모 방식을 통해 2015년 3월 1차 지구 30곳, 2016년 2월 2차 지구 22곳 등 총 52곳을 선정해 국비를 지원하고 있다. 6·25전쟁 때 피란민이 거주하면서 형성된 경북 김천의 달동네, 양돈축사를 개량해 한 지붕 아래 20가구씩 사는 경기 포천의 쪽방촌, 가파른 암벽을 따라 주택이 들어선 전남 목포 달동네 등 다양한 지역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2017년 초에는 3차 지구를 선정할 계획이다.

취약계층에게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고, 적극적인 자활의지를 갖도록 하는 게 이 사업의 목적이다. 소방도로 개설, 노후 우수관 정비 등으로 재해에 대비하고, 도시가스와 상하수도 보급, 공동화장실 정비, 취약한 안전 인프라 확충을 돕는다. 또 지붕·벽체 보수 등 집수리로 열악한 거주환경을 개선하고, 유휴공간이나 빈집, 폐가 부지를 활용해 지역주민이 모일 수 있는 공동체 시설을 짓기도 한다. 소규모 집수리, 마을카페, 공동작업장 운영 등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도 거들고 있다.

광주 서구 발산 새뜰마을에서는 어르신들이 마을 해설사가 돼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민들이 만든 집밥 체험으로 노인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런 ‘휴먼케어(Human Care)’ 사업은 서울 종로 돈의동 쪽방촌처럼 주민 간 교류 기회를 넓혀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범죄율이 낮아지는 등 다양한 효과를 내고 있다.

사업 계획 수립부터 시행까지 전 과정에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데 새뜰마을사업의 의의가 있다. 주민이 원하는 사업을 발굴하고, 자신의 손으로 마을을 변화시키면서 생기는 애정은 사업이 끝난 후에도 이어져 주민이 재정착하는 원동력이 된다.

20년마다 열리는 제3회 주택 도시에 관한 유엔회의(Habitat3)가 지난 10월 에콰도르 키토에서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미래 도시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우리의 도시정책도 주민 참여를 확대하고 포용성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그간 주거복지 혜택에서 소외됐던 지역을 지원하고 거주민 직접 참여를 원칙으로 한 새뜰마을사업은 이런 점에서 소중한 정책이다.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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