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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태에 관련된 승무원이 미국 법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성공불 사례가 합법이므로 승소 가능성이 높은 대형 사건은 변호사가 먼저 피해자를 접촉하여 소송을 내는 경우가 많으며, 이번 사건의 경우 배상 금액이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땅콩 회항’ 사건을 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의 항공 정책에 문제점은 없는지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항공 정책은 전통적으로 여객기 위주의 정책을 시행해 왔으며, 국가 안보 때문에 항공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그동안 항공기 개발 사업은 민간의 수요에 의해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주도의 Top-down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항공기술이 취약해 군용기, 여객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였다. 또한 항공기의 안전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규제가 많았다. 이러한 과도한 규제는 결국은 항공사와 공무원과의 유착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흐르게 된다.

한국의 항공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항공산업이 기형적인 모습으로 발달했다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항공기술의 성숙도는 여객기, 군용기를 제외한 일반항공이 얼마나 발달했는가로 판단할 수 있다. 참고로 미국, 영국 등 항공선진국에서 일반항공기 숫자는 미국 25만대, 영국 2만대 정도이며, 한국은 500대 정도이다.

국토가 좁아서 일반항공이 필요없다는 논리는 영국 등 유럽의 경우를 보면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단거리 국내선에 사용되는 100석 정도의 여객기는 대부분 브라질 회사 Embraer에서 제작한 것으로 한국의 IT, 자동차 분야의 기술력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대한항공이 올해부터 도입하는 최첨단 차세대 항공기 B747-8i. 대한항공은 B747-8i를 2019년까지 180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출처 : 경향DB)


항공정책의 또 다른 문제점은 공항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항을 만들 수 있는 평지는 대부분 농지로 지정되어 있어서 전환이 어렵고, 신규 공항 건설을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국토가 좁은 일본의 경우에도 공항은 약 100개에 달하며, 이 중에서 절반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산업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분야는 정보통신 등 고부가, 융합형 첨단기술 분야이다. 이제 항공정책의 근간을 재검토하여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분산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할 때이다.


조중열 | 아주대 IT융합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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