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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지원되는 예산을 지난해 14억6000만원에서 올해는 8억원으로 절반 가까이나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당장 지난해 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을 상영한 데 대한 ‘괘씸죄’를 떠올리게 한다. 영진위가 전체 지원 예산이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제 지원금을 대폭 삭감한 것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보복성 조처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부산영화제를 제외한 전주국제영화제 등 다섯 개의 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은 모두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알다시피 부산영화제는 그동안 정부와 계속 마찰을 빚어왔다. 부산시와 감사원이 잇따라 부산영화제에 대한 강도 높은 ‘표적 감사’를 벌였고,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인 부산영화제 옥죄기가 이뤄졌다. 지난 2월 영진위에서 등급분류면제추천 제도 개정을 추진했을 때도 영화제 외부에서 상영작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런 판에 이번엔 영진위가 국고 지원 성격의 영화제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영화제에 탄압을 가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법영화인대책위원회가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화인들은 부산시의 부산국제영화제의 파행,영화제 자동심의면제추천제도 수정 및 독립예술영화관 지원 축소 시도등 영화계에 자행되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들이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생각하고 입장을 밝혔다. (출처 : 경향DB)


영진위 측은 총 지원예산이 특정 영화제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지만 궁색한 변명이다. 그렇다면 사업 평가위원들이 어떤 자료를 토대로 평가했는지 그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어야 한다. 그동안 지원금을 1억~2억원 증감할 때도 여러 차례의 조정단계와 협의를 거쳤다는 사실에서도 영진위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예산 삭감을 통해 눈엣가시 같은 부산영화제를 손보는 동시에 다른 영화제에는 ‘말을 듣지 않으면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엄포가 될 듯하다.

무엇보다도 올해는 부산영화제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부산영화제는 그동안 해마다 15억원 안팎의 적은 국고 지원으로도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1년 넘는 집요한 정치적 압력에 이어 예산 지원을 빌미로 거듭 부산영화제를 흔들어대는 것은 현 정부의 한심한 문화정책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누차 강조하지만 문화예술은 결코 외압에 길들여지지 않는다. 정부와 영진위는 자랑스러운 부산영화제 20년 전통에 먹칠하는 일을 당장 멈추고 영화제 지원 예산을 제자리로 돌려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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