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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다. 신록의 푸름을 보면 어느새 마음이 맑아짐을 느낀다. 여리고 파릇하게 돋아나는 나뭇잎을 볼 때마다 중학생들이 떠오른다. 초록이 될 신록을 보듯, 성인이 될 청소년들을 바라보면 그들의 미래가 궁금하고, 가능성과 희망이 느껴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일상에서 혹은 뉴스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중학생들의 어두운 얼굴이다. 햇살 좋은 거리를 걸을 때도 무표정한 얼굴에 생기가 없는 중학생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굳이, 유럽과 국내 대학 입시율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무언가 엇나갔음을 느낀다. 중학생 시절은 세상을 향해 다양한 관심과 호기심을 품을 때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 장르는 무엇인지, 인문학과 공학 중에 어떤 부문이 더 관심이 가는지, 실질적으로 이것저것 배우고 경험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세상의 다양한 이치와 직업을 체득하고, 자신의 미래를 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책상 앞에서만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있다. 나무줄기에 쌓여 막 얼굴을 내민 여린 잎사귀가 세상을 향해 힘차게 돋아나야 함에도, 우리 학생들은 마치 잎사귀를 통 안에 가두어두고 길들여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오감으로 느끼고, 온몸으로 체험해야 할 나이에 오로지 책을 통해서만 바깥세상을 배우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도 있다. 2년 전부터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다양한 청소년 직업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청소년들에게 직접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학생들이 제조업 공장 혹은 방송국, 신문사, 직업박물관 등에 가서 직업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직업 체험 교육 프로그램인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군을 체험하고 싶어 하며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반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직업 세계를 보여줘야 할 기업들의 참여가 부진하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온다. 기업인의 한 명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직업교육 혹은 체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 직업 체험은 사회적 책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독일처럼 학생을 직접 키워 채용하는 도제 시스템은 아닐지라도 광의의 차원에서 산업별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교육 수단이 되는 만큼 놓치는 일은 없어야 될 것이다.

직업체험활동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18일 서울 송파 키자니아에서 패션모델로 분장해 패션쇼를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작은 도움이라도 보태려는 마음에서 올해부터 필자가 몸 담은 기업에서는 청소년 직업 체험 교육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얼마 전, 학생들의 진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미래 산업 중 3D프린팅과 관련된 직업 체험 교육을 시행한 바 있다. 3D프린팅 교육을 할 때 반짝거리며 관심을 보이던 중학생들의 눈빛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앞으로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의 직업교육 및 체험에 좀 더 공을 들이기로 마음 먹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한다. ‘청소년을 위한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메시지가 머리를 넘어 가슴까지 다가가길 바란다.


김동섭 | 케이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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