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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3~5세 어린이집 보육료(누리과정)를 시·도 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어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재정개혁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방에 예산을 내려보낼 때 반드시 특정 용도로만 쓰도록 한 의무지출경비를 다른 데 사용하면 이듬해 예산 편성 때 그만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산 지원 권한을 무기로 어린이집 보육료 부담 책임을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는 시·도 교육청의 반발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발상이다. 내용도 방법도 다 문제다. 지방교육청들은 “지방교육재정 파탄을 부르는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재정건전성 강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방침이 명분을 얻으려면 시·도 교육청 예산이 어느 부분이 재정 낭비에 해당하는지 지목하고, 이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검증을 받는 일이 먼저다. 그러지 않는다면 국가 책임의 누리과정 사업예산을 부당하게 시·도 교육청에 전가하려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도 교육청이 어린이집 보육료를 부담하게 되면 다른 교육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정부의 어린이집 정책 실패로 엉뚱하게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해선 안될 일이다.

누차 지적해왔듯이 어린이집 보육은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저출산율 등 국가적 과제와 연결된 만큼 그 비용을 중앙 정부가 떠맡는 게 맞다. 박 대통령도 이를 중시해 어린이 보육의 국가 책임을 대선 공약으로 삼았고 당선 후에도 여러 차례 발언을 확인했다. 이제 와서 시·도 교육청의 몫이라고 다른 말을 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약속도 저버리는 일이다.

LG복지재단이 친환경·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채택된 어린이집을 만들어 30일 충남 천안시에 기부했다. 이는 여성의 육아부담 경감과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매년 15억원 이상을 들여 진행해온 사회공헌사업으로, 이번이 7번째 건립·기부다. (출처 : 경향DB)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의무지출 정책 추진 시 재원 확보 방안도 함께 제시하는 ‘페이고 원칙’을 강조했는데, 이 원칙은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먼저 적용하기 바란다.

정부가 툭하면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이번에도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는 내용으로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행령은 국회의 검증과 국민 의견 청취 과정을 밟는 법 개정과 달리 국무회의 의결로 바꿀 수 있지만 국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행령 개정을 남발하면 정책에 대한 정당한 의견 개진을 막으려 한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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