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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1월 실업률이 4.5%로 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고용지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8.9%로 구직단념자를 포함하면 청년 4명 중 1명은 실업자라고 하니,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농업부문에선 다소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5년에 9만5000명이던 청년 농업인이 2017년에 7만명까지 줄어 농업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최근 도시를 떠나 농업·농촌에서 꿈을 펼치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17년에는 귀농·귀촌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섰으며, 그중 40세 미만이 50%를 차지했다. 2022년까지 1만명 육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정부의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도 지난해 2.1 대 1, 올해 1.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농업부문이 청년실업률 감소에 기여하고, 국민의 식량창고를 손에 쥐고 있는 농업·농촌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자발적으로 농업·농촌에 뛰어든 청년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사례를 늘려간다면 더 많은 이들이 농업·농촌을 찾을 것이고,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농촌의 세대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창농 희망자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정부의 청년창업농 지원자 중 45%가 농사경험이 없고, 농사 실패나 주민과의 갈등으로 역귀농한 사례가 10%에 달했다. 이를 볼 때 청년들을 농업·농촌으로 유인하는 것 못지않게 제대로 된 교육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농협은 청년들이 농업·농촌에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6년 미래농업지원센터를 개원해 후계농·창업농에게 컨설팅·자금지원·판로확보를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2017년부터는 농촌 정주를 희망하는 농업계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안성에 농업기술, 지게차 운전, 드론 조종 등을 6개월간 합숙하며 교육하는 ‘청년 농부 사관학교’ 과정을 개설했다. 모집기간이 짧았지만 토목엔지니어, 패션디자이너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청년 22명이 지원해 지난 18일 무사히 교육을 마치고 졸업식을 치렀다.

농협은 청년 농부들이 농촌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농장 운영을 돕고, 판로 및 금융 지원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청년 농부 사관학교’를 창농교육의 산실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오는 2022년부터는 매년 500명의 청년 농부를 양성할 수 있도록 약 600억원을 투자해 교육관도 만들 계획이다.

‘평범한 것은 포장도로와 같다. 걷기에는 좋지만 꽃이 피지는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청년 농업인들은 남들이 잘 가지 않는 비포장길을 선택했다. 울퉁불퉁한 흙길을 걷듯 어렵겠지만 농촌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자신만의 농사법을 찾게 된다면 머지않아 아름다운 꽃을 피우리라 확신한다. 농촌에서 꿈을 키워가는 청년 농부들을 응원하며, 농업에서 새로운 길을 찾길 원하는 젊은이들이 ‘청년 농부 사관학교’의 문을 두드리길 기대해 본다.

<김병원 | 농협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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