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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다. 연이어 터져 나온 고교 교사들의 학생 성추행 소식. 어느 사안에서는 학내 성폭력 예방업무를 담당했던 자가 가해자였다고도 하니, 이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둔 격이 아닌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더 클지 모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초·중·고 교원 성폭력을 철저하게 뿌리 뽑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초·중·고 교원에 의해 학생에게 발생하는 성폭력 사안에 관해서는 독특한 점이 있다. 공동체 특성상 그 폐쇄성이 크며, 피해자가 미성년이므로 보호와 조력의 필요성 역시 매우 크다. 따라서 적극적 외부 개입과 관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확립된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현행법은 교원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 또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에 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 형의 경중을 가리지 아니하고 유죄로 인정되기만 하면 당연 퇴직 사유가 된다. 일반적인 직장 내 성희롱은 형사범죄가 아니지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는 성범죄로 다루어지므로 규율의 공백도 거의 없다. 어떠한 잘못도 저지르지 말라는 이야기다. 법이 미비해서 학생에 대한 교원 성폭력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고 등 문제제기가 즉각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적절한 대처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한 데에 학내 성폭력이 반복되는 원인이 있는 듯하다. 신고 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은폐 시도나 묵살, 회유나 불이익 조치와 같은 2차 피해 가능성을 들 수 있다. 피해자 또는 그 피해를 아는 학생이 2차 피해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고 문제제기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갖추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양성평등기본법은 2차 피해에 대처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성희롱 은폐 등 2차 피해 발생을 국가인권위원회나 검찰·경찰 등을 통해서 확인하게 되면 관련자의 징계 등을 관련자 소속 기관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여가부 장관의 요청이 없는 한,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각 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확인한 2차 피해 발생 사실을 여가부 장관에게 꼭 통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사 등 과정에서 2차 피해 발생을 인지했다면 반드시 이를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하는 관행을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본다.

법은 신고가 이미 접수된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발견한 2차 피해만을 통보 대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2차 피해에 대한 예방적 점검이나 사후적 추적조사 등에 전향적으로 활용한다면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을 더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징계 등 조치 또한 중요하다. 은폐나 묵살, 회유와 불이익 조치 등을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2차 피해를 유발한 자에게는 강력한 제재가 내려질 수 있어야 한다. 여가부 장관이 관련자 징계를 요청할 수 있으나, 현행 규정상 징계양정 등에 관해서 여가부 장관이 구체적으로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적정 수준의 징계가 내려지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법은 침묵한다. ‘솜방망이 징계’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개선이 요구된다. 성폭력은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죄악이다. 어느 누구도 ‘성추행을 당하기 위해’ 학교에 가지 않는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찬성 | 변호사·포항공대 상담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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