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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교육부는 현재 절대평가로 치르는 영어와 한국사를 포함해 통합사회·과학, 제2외국어 등 4과목을 절대평가하는 ‘1안’, 국어·수학까지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2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방침이다. 또 특목고 입시 등을 고려할 때 개편안은 오는 31일 확정 발표하기로 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정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부담완화 등을 위해 수능 절대평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수능 개편은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중3 학생들은 내년부터 고교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국어·수학·영어·통합사회·통합과학·한국사·과학실험탐구 등 7개 과목을 공통으로 배우게 된다. 융합형 인재 육성이라는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려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가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입 환경에서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하면 대학들이 변별력 약화를 이유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 인원을 늘리거나 내신 반영 비중을 높일 수 있다. 그렇잖아도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학종이 확대되면 부모 경제력에 의한 교육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내신 비중이 커지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0.1점을 놓고 비인간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 4과목 절대평가는 문제가 더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과도 거리가 멀다. 절대평가에서 제외된 국어와 수학 과목의 중요도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현재의 수능에 만족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수능 개편은 신중해야 한다. 최소한 수능의 상위 영역인 대입 제도와 수능의 보완재 성격인 학종의 불공정성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 교육부의 이번 수능 개편안은 향후 책임 소재를 가리기도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입안하고 추진했기 때문이다. 수능 개편은 파급력과 휘발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수능은 교육이론상 평가의 한 영역에 불과하지만 초·중·고교 교육과정뿐 아니라 한국 교육의 거의 모든 것을 실질적으로 규정한다. 혼란과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교육부가 2개 안 가운데 하나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압박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교육부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설익은 수능 개편안을 내놓을 것인가. 아니면 1년 미루더라도 국가대계를 바로잡을 대입 제도를 마련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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