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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1987년에 발족했으니, 올해로 30년차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30번 결정될 동안 만족스러웠던 적이 있는가. 노동계는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낮다고 평가하고 사용계는 너무 높다고 평가한다.

지난 30년 동안 노사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은 불만족스럽게 여겨졌다. 이 때문에 발족 30년차를 맞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개편하여 ‘국민이 만족할 만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사자가 참여하는 구조를 유지한 채 최저임금위원회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축이 있다. 먼저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위원들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원회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위원회를 상시적 기구로 활용해야 한다.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7월 16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최저임금위원회 14차 전원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17년 최저임금은 올해(6천30원.월급 126만270원)보다 7.3% 인상된 시급 6천470원 월급135만 2천230원으로 결정됐다. 연합뉴스

그러나 핵심은 직접 교섭에 참여하는 노사 및 공익위원의 구성과 관련된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위원 9인, 노동자위원 9인, 공익위원 9인 등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노사위원은 최저임금 당사자를 대표하기 때문에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노사 대립으로 매년 법정 시한을 넘기기 일쑤고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파행으로 이어진다. 결국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지난 10년 동안 공익위원의 최종 제시안이 모두 의결안이 된 것만 봐도 공익위원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익위원의 편향성 시비는 끊이질 않는다. 사실상 공익위원은 없고 노와 사가 9 대 18 아니냐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공익위원의 결정적 역할을 감안하면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의 실패는 공익위원제도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익위원 임명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사용자 측에 편파적인 인사들로 채워지는 구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대안으로 시민배심원을 공익위원으로 선정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만 20세 이상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배심원을 선정해 재판에 참여하도록 한다. 물론 배심원의 평결은 권고적 효력을 갖지만, 배심원의 평결과 다른 선고를 할 경우 판사는 그 이유를 판결문에 분명히 밝혀야 하는 등 일정한 제약이 있다. 국민참여재판이 시민배심원제를 채택한 이유는 국민의 일반적이고 건강한 상식과 눈높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국민 임금 하한선으로서의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는 시민이 직접 심판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를 노사·시민배심원으로 구성해 편파성 시비를 없애자는 것이다. 이 경우 노사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극단적 방식으로 표현하는 교섭안을 제시해 소모적 힘겨루기를 하기보다 배심원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결정된 최저임금은 노사와 시민이 소통한 결과라는 점에서 숙의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이 될 수 있으며, 노사관계가 보다 성숙한 수준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정수는 더욱 내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축소할 필요가 있다. 현행 27명 구조는 실질적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 위원 정수를 축소하되, 노총 위원장이나 경총 회장처럼 조합원과 회원사를 대표하는 책임성을 가진 교섭권자가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 당사자인 비정규직, 청년, 여성 등을 대변할 주체가 참여해 대표성이 축소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위원 임기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위원 임기는 3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다선 위원은 최저임금 결정의 맥락에 대한 이해도는 높다. 그러나 필자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배석하면서 장점을 상쇄하는 단점을 수차례 목격했다. 최저임금 결정 근거나 설득 논리가 매년 똑같을 정도로 관성적이다. 위원회 논의가 관성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진 인원이 지속적으로 보강될 수 있도록 위원 임기를 2차례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법의 목적은 노동자를 위함으로써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위원회 구조를 잘 정비해야 한다. 조금만 손보면 훨씬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위원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최혜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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