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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이 취업자의 절반에 가깝다. 1년 미만 노동자 비율이 51.9%나 되니 평생직장은 고사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이들이 더 많은 셈이다. 정부 통계로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33만2000명이나 된다. 물론 지방자치단체 상수도 검침, 콜센터, 사회복지시설, 청소년수련관, 아이존(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증진시설),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각종 ‘민간위탁’은 제외한 통계치다. 그래서 지자체 민간위탁의 법 위반이나 인권침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전국 208곳의 광역과 기초 시·군·구 보건소에 자리 잡고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 문제이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1990년대 중반부터 국민의 정신건강과 자살예방 등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일정한 예산을 투여해 운영하고 있다. 정신건강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및 간호사 등 사회서비스 전문가들이다.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고도 최소 1년의 수련과정을 거쳐야만 전문자격증 취득이 가능한데 전국에 1만6000여명 정도 된다. 서울지역에도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센터에 약 35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사회의 정신건강을 위해 묵묵히 지난 15년간 헌신해 왔다. 문제는 각 센터에서 법 위반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특별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서울지역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센터 재계약이나 위탁업체 변경과정에서 근로조건 불이익 등 근로기준법 위반이 확인되고 있다. 퇴사 강요 7.3%, 직급·직책 하향 이동 8.2%, 부당 업무 변경 15%, 임금삭감 66.9% 등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임신 여성의 야간근무가 20.8%나 되었고, 임산부의 계약해지나 타부서 이동이 15.4%나 되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면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자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도 단체장들은 무엇을 했던가. 각 자치구 의원들은 이러한 현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결국 지난 2월 정신건강증진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서울시의회 주최로 토론회와 간담회도 진행했다. 그러나 각 단체장들은 민간위탁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시와 구의 매칭 예산구조 때문에 어렵다거나 실질적인 고용계약 주체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시와 구청, 그리고 민간위탁업체 모두 고용문제를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는 현실이다. 노동조합은 어렵사리 서울시와 고용안정협약(안)을 도출하고, 각 자치구에 합의문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월21일 구청장협의회에서 고용안정 문제가 논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청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찬바람을 맞으며 시작한 파업이 오늘로 벌써 43일차다. 파업이 길어지고 있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서울지역 8곳(종로, 서초, 성북, 성동, 강북, 용산, 동작, 노원)을 제외하고 아무런 답이 없다. 각 지역의 정신장애인, 자살 및 알코올회복 상담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당사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공공부문은 이윤이 아닌 생명을 우선해야 하고, 효율성이 아닌 공공성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인간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사적 시장과 달리 공공부문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되묻고자 한다. 서울지역 각 구청장들의 답변을 듣고 싶다.

김종진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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