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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때문에 벌어진 이웃 간의 다툼이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등 최근 층간소음을 둘러싼 갈등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층간소음의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고는 그 고통을 다 헤아릴 수는 없다. 층간소음은 당하는 아랫집만의 문제가 아니다. 윗집, 아랫집 모두 예민한 사안이다. 물론 소음 유발자가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면 원만한 해결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대부분의 아랫집에서는 윗집에서 쿵쾅대는 소리에 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토로하는 반면, 윗집은 아랫집이 너무 예민한 거라며 생활소음도 못 견디겠으면 공동주택에 살면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모두 자기가 층간소음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벽체 안에 기둥을 넣어 건축하는 벽식구조 아파트에서는 종종 소음이 벽을 따라 전달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옆집이나 대각선 위쪽에서 발생된 소음이 마치 윗집에서 발생한 것처럼 들려 오해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감정소모는 결국 이웃 간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에서는 바닥구조 기준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표시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일부 개정하였다. 즉, 10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지으려는 사업자는 주택과 성능 정보를 소비자가 미리 알 수 있도록 54개의 공동주택 성능에 대한 등급을 입주자 모집 때 의무적으로 표기하여야 하는데, 여기에 충격음 차단 성능이 포함되는 것이다. 층간소음의 법적분쟁 기준으로 직접 충격과 공기전달에 따른 소음의 주·야간 소음도에 대한 기준도 마련하였다.

법적으로 정의된 층간소음 범위 (출처 : 경향DB)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으로 인한 심각한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이 ‘무개념의’ 입주자에서 ‘애초에 소음이 전달되지 않도록 잘 지었으면 좋았을’ 건설사로 넘어가는 분위기와 법적규제 강화에, 몇몇의 건설사들은 이제야 층간소음 절감 기술을 적용한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층간소음은 개인의 민감도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완벽한 소음의 차단이 불가능하다면 이에 파생되는 사회문제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법적분쟁 기준 역시 화해, 조정을 유도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층간소음에 대한 정부의 기준 마련은 물론 필요한 조치이다. 하지만 왠지 직접적인 가해자인 공동주택 공급자를 배제한 기준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잘 지었으면, 분쟁이 발생할 여지도 적다. 물건의 하자가 발생했을 때는 생산자가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왜 공동주택에서는 생산자가 아닌 사용자가 그 책임의 피해자가 되어야 할까? 또한 왜 정부는 사용자에게만 인내를 요구할까? 그들이 진정 원하는 건 층간소음 발생 시 유리하게 이길 수 있는 법적분쟁 기준이 아니라, 층간소음에 시달리지 않고 편안히 살아갈 수 있는 주거환경일 것이다.

이제는 바닥 두께 기준뿐만 아니라 모든 방면에서 층간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건축 공법을 마련하고, 정부는 이를 계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관리·감독하여야 한다. 또한 이미 완공된 아파트에서는 발생하는 층간소음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는 기준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층간소음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 발생 시 해당 공동주택 공급자에게도 원인을 물을 수 있는 법규 제정 역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오정아 | 김포대 교수·실내건축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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