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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는 날지 못하는 새가 40여종 남아 있다. 뉴질랜드 국조 키위나 갈라파고스 가마우지처럼 천적이 없는 섬에 살면서 나는 능력을 잃어버린 종이 대부분이다. 몸집이 큰 타조나 화식조처럼 날지 못하는 대신 튼튼한 다리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포식자의 공격에 맞서는 쪽으로 진화한 종도 있다. 펭귄은 날개를 비행이 아니라 자맥질에 적합하도록 바꿨다. 이들은 인간에 의해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가 인간의 보호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닭·오리·거위 등과 같이 가축화한 조류는 그 반대다. 인간에게 자신의 삶과 종의 운명을 맡기는 길을 택한 보상으로 힘들게 날갯짓을 해야 하는 수고와 멸종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났다.
야생 기러기를 길들여 가축화한 거위는 가금류 가운데서도 특히 인간을 잘 따른다. 밤눈이 밝고 귀가 예민한 데다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 시끄럽게 잘 울기 때문에 동양에서는 개 대신 집 보기용으로 길렀다. 동물원에서는 야생 새가 새로 들어오면 거위와 같은 우리에 집어넣는다고 한다. 거위가 사육사를 무서워하지 않고 먹이를 잘 받아먹는 것을 보고 야생 새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고 동물원 생활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거위 _ 연합뉴스
인간과 워낙 친숙해서일까. 사람들은 날고 싶은 욕망을 흔히 ‘거위의 꿈’에 투영한다. 패닉의 이적과 전람회의 김동률이 1997년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이 그것을 노래했다.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그 10년 후 인순이가 리메이크해 부르면서 더욱 유명해진 ‘거위의 꿈’이 이번에는 세월호 침몰사고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모티브이자 제목이 됐다. 가수 지망생이던 단원고 2학년 이보미양이 졸업식 행사에서 부른 노래이고 가사가 이양을 비롯한 어린 세월호 희생자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양이 부른 ‘거위의 꿈’은 세월호 국정조사장에서도 울려 퍼져 심금을 울렸다.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그 꿈을 꺾은 자 누구던가.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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