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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피해자 가족 간에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지난 10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뒤 오는 16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입법에 속도를 내면서 가족 측을 논의에서 배제한 탓이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가 여야의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TF’ 참여를 요구하고 국회 본관 앞에서 밤샘농성까지 벌였으나 여야는 가족대책위의 TF 참여는 고사하고 참관조차 거부했다고 한다. 세월호 피해자를 위한 법을 만든다면서 정작 당사자에게는 참견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꼴이 아닌가.

특별법이 필요한 까닭은 일반법을 뛰어넘는 여러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나이 어린 학생이 희생된 규모로 볼 때 전쟁 중에도 없었던 최악의 참사이며, 사고 발생 원인부터 사고 후 대응에 이르기까지 안전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준 사건이다.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박 대통령도 ‘국가 개조’ 수준의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해 일반법으로는 어려울지도 모르는 사고 원인과 대처, 수습 과정의 문제점을 밝히고 그 토대 위에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졌다. 이것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취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TF(태스크포스)' 소속 여야 의원들이 13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제3차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 점에서 최근 정치권의 세월호 특별법 논의를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여야의 법안은 독립된 지위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를 진행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조사위의 구성, 활동 기간, 권한 등에서 가족 측의 요구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월호 피해자 의사상자 지정’ ‘단원고 피해학생 대학 특례입학’ 등 피해보상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어 마치 가족 측이 과다한 보상을 요구하면서 억지를 쓰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9일 가족대책위가 대한변협·민변·세월호참사국민대책위 등과 함께 국민 350만명의 서명을 모아 입법청원한 ‘4·16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보면 피해보상보다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정치권은 온 국민의 관심과 역량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이다. 하물며 최대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가족 측의 참여는 물론 참관마저 거부하는 것은 정치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야말로 안전사회 건설의 필요조건이라는 그들의 요구는 정당하고 합리적이다. 무엇보다 특별법에 반영돼야 할 부분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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