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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산림청은 산불 진압을 위해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운영하며, 이들은 소방청의 경방대원(화재 진압)과 같은 일을 한다. 

하지만 소방관은 정규직이지만 특수진화대원은 매해 10개월씩 일하는 기간제 노동자다. 이들은 산불이 날 때 재난지역에 투입되지만 그때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일한다. 산불 진화훈련, 산불예방 순찰활동, 논·밭두렁 소각행위 단속, 불법 임산물 채취자 단속 및 입산자 통제, 산사태 예방, 임도 및 등산로 주변 풀베기와 잡목 제거 그리고 산불감시초소 및 임도차단기 보수작업, 농업폐기물 수거 및 인화물질 제거작업 등 쉴 틈이 없다. 즉 이들이 계약직 기간제 근로계약을 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얼마 전 경남 김해 분성산에서 3차례(2018년 12월25일과 30일, 2019년 1월6일) 산불이 났지만, 특수진화대의 현장투입은 한 차례뿐이었다. 12월30일과 1월6일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특수진화대원 총 10명은 현장 산불 진화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특수진화대원들이 단기 계약직으로 계약이 만료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1월6일 발생한 산불은 소방대원들이 진입하기 어려워 완전히 불을 끄는 데 11시간이나 걸렸다. 특수진화대원을 정규직이 아닌 단기 기간제로 운영한 결과다.

지난 4일 발생한 고성, 인제, 강릉 등 강원도 지역의 산불로 특수진화대가 기간제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특수진화대가 기간제일 뿐 아니라 일당 10만원이라는 열악한 처우가 공개되면서 여론이 들끓자 산림청은 특수진화대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산림청의 뒷북 정규직 전환 추진 입장에 박수를 보낼 수 없다. 왜냐하면 특수진화대는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이 됐어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7년 7월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보면 “상시·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 되어야 한다”며 기간제 노동자는 가급적 2017년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특수진화대와 유사업무인 산불감시원, 산불예방전문대 등을 상시 지속 업무로 판단한 바 있다.

정부가 2017년 12월 발표한 합동지침에도 특수진화대는 정규직 전환이 진행 중이거나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사업으로 분류돼 있다. 그럼에도 특수진화대 노동자들은 매해 2월에서 12월 사이 10개월짜리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어왔다.

결국 산림청이 당연히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할 특수진화대 노동자들을 속이고 반복해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어 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 산림청 공무원들의 무지와 정부 지침 위반으로 만성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일당 10만원이라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내몰린 것이다. 

이제 와서 정부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하듯이 처리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또 다른 꼼수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가 크다. 정부와 산림청은 특수진화대를 계속 기간제 노동자로 채용한 것은 스스로 정부의 지침을 어긴 행위이며, 심지어 불법의 소지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특수진화대원을 처우 개선 없는 무기계약직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비용 절감과 탄력적 인력 운용을 위해 무한정 늘린 비정규직이 사회 양극화의 핵심적인 원인이 되어 왔다고 진단하면서 정부와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진짜 그러고 있는가? 수도검침원, 도서관 연장 개관, 건강가정 및 다문화가족 지원, 아동복지교사, 생활체육지도자 활동지원 그리고 특수진화대. 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미 정규직 전환이 되어야 했지만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자신들의 말에 책임을 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다.

<김성환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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