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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했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앞서 3만달러 소득을 달성한 국가는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뿐이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세계 7위 경제대국을 실감하기 어렵다. 노동조건이 특히 그렇다. 직장인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에서 최고수준인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최하위다.
고용불안과 노사갈등도 심각하다. 노사 분규가 몇 년씩 지속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복직판결을 받은 KTX 여승무원들은 해고에서 복직까지 12년간의 힘든 싸움을 벌여야 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복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이었다. 지난 1월 복직한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노동자들은 75m 굴뚝에서 426일간 고공농성을 했다. 목숨을 건 투쟁이었지만, 그들의 요구는 노조 인정, 고용 승계 등으로 소박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사회원로들과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9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정부가 만든 정리해고제를 없애고, 최장기 정리해고 사업장 콜텍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라”며 정부에 콜텍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백 소장을 비롯해 조희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공동대표,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인권재단 사람의 박래군 소장,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등이 참가했다. 2007년 정리해고돼 13년째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콜텍 노동자들은 2009년 정리해고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이겼지만, 2012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콜텍 노사는 작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8차례 교섭을 해왔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권도현 기자
어제 기타 제조업체인 콜텍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회사 측과 복직을 위한 교섭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2007년 4월 공장을 떠났으니 13년째이고, 4457일이 흘렀다. 그들은 한때 정리해고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이겨 복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혀 무위로 끝났다. 해고노동자들은 시위, 단식, 길거리 농성, 고공농성 등 온갖 투쟁을 다 벌였다. 중년이었던 그들은 머리가 허연 ‘늙은 노동자’가 됐다. 지난해 정부의 중재로 쌍용차와 KTX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했다. 콜텍과 마찬가지로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 의혹을 받아왔던 사업장들이다. 콜텍에도 정부의 역할론이 제기됐던 이유다.
강산이 변했고 정권도 세 번이나 바뀌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사용자의 노사관, 그리고 노사관계였다. 콜텍은 13년간 교섭이 거의 없었다. 협상이 열려도 회사 대표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갔다. 교섭이 진척될 리 없었다. 지난달 12일 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씨가 단식에 돌입했다. 정년을 3년 남긴 그는 ‘명예복직’이라도 해야겠다고 했다. 단식 한 달이 지나고 여론이 움직이자 협상이 재개됐다. 국내 최장기 노사분규 사업장인 콜텍은 국민소득 3만달러인 대한민국의 또 다른 얼굴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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