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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 추석 농산물 수급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안성에 있는 물류센터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종전에 보지 못한 독특한 상품을 접했다. 사과, 멜론 등 국산 과일을 먹기 좋게 조각을 내어 작은 용기에 담은 컵과일이 그것이다. 이 상품을 경기·충남지역 초등학생 3만명에게 간식으로 공급한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매우 반갑고 놀라웠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신체활동 감소와 고열량·고지방 음식 섭취 등으로 성인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의 학생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2008년 11.2%이던 아동·청소년 비만율이 지난해 17.3%까지 높아졌다. 식생활 불균형에 따른 아동비만은 당뇨병 같은 성인질환뿐만 아니라 열등감·우울증까지 유발한다고 하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아이들의 비만 증가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아동과 청소년에게 과일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급식과 별도로 간식시간을 운영하고 건전한 식습관 형성을 위한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1999년 덴마크가 도입한 이후 2000년대에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농식품부 주관하에 방과후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초등학생에게 과일 간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6월까지 122개 지자체에서 11만명에게 과일 간식을 공급했고, 2022년까지 전국의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과일·채소 1일 섭취 권장량은 500g 정도인데, 우리나라 어린이는 352g, 청소년은 378g을 섭취하여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과일을 먹지 않는 이유의 52.6%가 먹을 과일이 없거나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라고 응답한 것을 보면 과일 간식 사업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국가가 나서서 주도해야 할 사업임에 틀림없다.

농협도 지난 50여년 동안 축적해 온 농산물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과일 간식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사업을 운영해보니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째, 아이들의 식습관 개선을 통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주 3회 과일 간식을 제공받은 초등학생의 23.9%가 과체중에서 정상체중으로 돌아왔다는 농식품부 시범사업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는 상황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안성농식품물류센터는 조각과일 전처리와 생산, 배송을 위해 140명의 지역주민을 고용하고 있다. 사업이 전체 초등학생으로 확대된다면 약 26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농업인 측면에서는 농산물 판매 확대는 물론 도매시장보다 약 15%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어 약 300억원의 농가소득을 더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과일 간식 사업은 어려서부터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여 평생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따라서 과일 간식 사업이 중·고등학생과 군인, 공공기관, 일반기업까지 확대되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국산 과일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주춧돌로 성장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설렌다.

<김병원 | 농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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