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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에서 발화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및 고용세습 의혹이 공공기관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임직원 친·인척의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된 서울교통공사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채용비리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한국가스공사, 한전KPS 등은 구체적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엊그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고용세습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정의당은 국정조사에 동참한다며, 다만 ‘채용비리 백화점’으로 불린 강원랜드도 조사 범위에 포함시키자는 입장이다. 걸림돌이 될 게 없다. 야 3당의 국정조사 요구서대로라면 강원랜드도 조사 대상에 해당한다. 서울교통공사와 강원랜드 채용 의혹에 대해 ‘쌍끌이’ 국정조사를 검토해볼 만하다.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출석 간부들을 소개하는 시간에 채용비리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김태호사장이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김기남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요구에 “(서울교통공사의) 의혹의 상당수는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이거나 침소봉대된 내용들”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국정조사 수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얼마나 큰 절망과 박탈감을 안기고 있는지를 헤아린다면, 여당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채용비리는 청년들에게 일자리 ‘도둑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한국당이 이번 사안을 빌미 삼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체를 비리로 호도하는 공세를 취하는 것은 분명 도단이다. 초점은 정규직화 과정에서 공공기관 임직원의 친·인척이 무더기로 ‘특혜’ 채용되었는지 여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당위를 인정하기에, 더더욱 이 정책을 악용한 특혜 채용 의혹을 끝장내야 한다.

정부·여당은 야당의 채용비리 의혹 제기를 마냥 정치공세로 배척할 일이 아니다. 감사원 감사뿐 아니라 전체 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 나아가 국정조사를 실시해서라도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논란과 의혹을 해소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김동연 부총리가 전체 공공기관의 특혜 채용에 대한 전수조사 방침을 밝힌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 있다. 문제는 전수조사로 특혜 채용을 발본색원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벌였지만 최근 불거진 임직원 친·인척 특혜 채용까지는 걸러내지 못했다. 노동의 정의와 청년의 미래를 밝히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정조사로 청년들을 분노케 하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뿌리째 뽑아낼 수 있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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