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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12월이 내뿜는 스산한 냉기(冷氣)처럼 한반도 위기 정세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방중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 개선 흐름을 강화, 발전시켜나가는 데 변곡점이 될지도 불투명하다. 표면적 이유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때문에 준공된 지 25년이 지난 ‘한·중수교 댐’의 안전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 중국 환구시보는 지난 한·중 외교장관 회담(11·22)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3불(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 한·미·일 안보협력의 군사동맹 반대)1한(限)’을 언급했다”며 “1한은 이미 배치된 사드 시스템 사용을 제한해 중국의 전략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보도(11·23)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였지만 중국은 분명 오만하고 불손해졌다. 중국의 이렇듯 교묘한 위압은 가까스로 봉합한 사드 실밥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음을 뜻한다.

이런저런 이유 등으로 중국에 대해 드러내놓고 비판은 하지 않아도 중국의 도가 지나치다는 데는 중국 전문가들도 사석에서는 동의하고 있다. 여하튼 중국이 경제력을 앞세워 한국에 영향력을 더욱 깊게 행사하려 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나아가 중국이 경제굴기를 통해 이제는 미국을 밀어내고 지역 패권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중국은 먼저 동북아지역에서 계산을 끝냈다. 시진핑은 고립주의 성향이 강한 트럼프의 등장을 기점으로 70년 이상 미국이 사실상 지배해 온 동북아시아 지역을 자국의 영향권으로 두기 위해 공세적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한국을 미국의 자장(磁場) 내에 계속 둔 채 동북아시아를 ‘관할’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 우선 한국만이라도 미국으로부터 떼어놓으려 한다.

이 점에서 사드가 중국이 한국에 수시로 시비를 걸 수 있는 좋은 빌미가 됐다. “코끼리는 상아(象牙)가 있어 잡혀서 쓰러진다”는 고사처럼 중국이 한국의 사드 상아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한국에 ‘패권유지 비용’(미군 주둔 방위비, 무역적자 해소 등) 분담 확대 요구를 중단할 리도 만무하다.

중국 전략가들은 한·미동맹의 약한 고리(균형외교, 전시작전권, 한·미 주둔군지위협정, 자주국방, 반미감정 등)를 파고들어 군사동맹의 와해를 꾀하고 있다. 이들은 한번 구겨진 동맹을 온전하게 펴는 것이 불가능함을 벌써 간파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한·미동맹이 왜 필요한지를 이해도 못하는 대통령이 아닌가. 그럼에도 한국의 주류인 반공주의자들은 여전히 ‘나무(중국)에 앉은 새(한국)는 가지가 부러질까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무를 믿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한·미동맹)를 더 믿기 때문이다’라는 사고체계를 굳게 지니고 있다. 정상회담만으로 한반도 위기가 시원하게 해소될 수는 없을 테지만, 이 기회를 이용해서 전쟁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와 안정으로 가는 길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이병철 |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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