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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전국의 수험생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2018학년도 수능의 채점결과가 발표된다. 이번 수능은 다행스럽게도 몇 년 만에 출제오류가 없었던 무결점 수능이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개월에 걸친 원장 공백에도 불구하고 부원장을 중심으로 수능 준비를 잘했고, 더군다나 포항지역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도 큰 사고 없이 수능을 마무리했다. 관련 업계의 한 사람으로 평가원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한다.

고마움을 표함과 동시에 평가원에 몇 가지 어려운 요청을 하고자 한다. 우선 10여년 전 시행했던 수능 가채점을 다시 고려해달라는 것이다. 이른바 ‘평가원 공식 가채점’이다. 그래서 수험생들이 대학별고사를 보러가기 전에 예상 등급컷을 발표해주었으면 한다. 현재는 수능 성적이 발표되기 전 대학별고사가 실시되고 있어 수능 최저 등급의 충족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수험생들은 사교육 기관들이 내놓는 가채점 등급에만 의존하여 대학별고사의 응시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평가원이 가채점을 함으로써 이런 불투명한 일을 막자는 것이다. 사교육 기관들은 시험 당일 오전부터 소속 강사들의 난이도 평가를 바탕으로 하여 체감 등급컷을 발표한 후에, 시험 종료 후에는 각 기관의 채점서비스에 점수를 입력한 학생들의 성적 데이터를 가공하여 예상 등급컷을 추정 발표한다. 이것을 보고 수험생들은 자신의 대략적인 전국 위치와 정시모집 지원권, 수능 최저 등급 충족 여부를 판단하여 수시모집 대학별고사의 참가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사교육 기관 등급컷이 기관마다 다르고 정확도도 대략 60%대에 그친다는 것이다. 어느 때는 거의 맞히지만 어느 때는 빗나가기도 한다. 이런 불확실한 데이터를 보고 수험생들이 큰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과거 필자가 속한 연구소에서는 전국 수능모의고사를 시행한 바가 있는데 10만~20만명의 답안지를 수거해 채점하고 성적표를 발송하기까지 대략 일주일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러니 현재 평가원의 시스템이면 수만명의 표본 채점은 하루, 50여만명의 전수 채점도 3~4일이면 가능하리라고 본다. 하여 평가원이 1차로 채점한 것임을 전제로 발표하고 그것을 토대로 수험생들이 대학별고사에 응시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와 동시에 내년부터라도 대학교육협의회는 대학별고사 시기를 평가원 1차 채점 결과 고지 이후로 미루는 조치도 병행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목요일 수능 실시, 월요일 가채점 결과 발표, 화요일부터 대학별고사 실시, 이런 시간표가 어떤가. 평가원 발표 때까지 사교육 기관들도 발표를 자제하고 말이다. 물론 대학별고사장 확보 등 대학의 어려운 문제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평가원은 최종 결과와 달랐을 때의 파장, 이를테면 법적인 손배소 문제 등을 걱정하겠지만 전수 채점은 정답이 정정되지 않는 한 실제와 다를 리 없고, 이미 수험생들도 1차 채점임을 알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과거 2002, 2003년에도 평가원이 서울과 경기지역 3개 시험지구 수험생 4만여명을 대상으로 표본 채점 작업을 벌여 추정치를 발표한 적이 있었고 실제와는 다소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국가기관이 틀린 수치를 발표했다는 논란이 없지 않았기에 지금도 평가원의 의견은 부정적일 것이다. 하지만 표본 채점과 전수 채점은 다르고, 가채점보다는 1차 채점이라는 표현이 좋을 것이다.

그 외에도 신임 평가원장의 취임으로 약간의 변화가 예상되는 평가원에 더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 수능 시험지를 수험생이 가져가게 해주고, 출제진이 작성한 모범 해설지, 문항별 반응률, 전국 수험생 총점누적분포표 등을 공개하는 것 등이다. 이런 요청에 대해 그간 평가원이 나름대로 못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 중심의 행정을 편다고 하는 현 정부의 취지대로 신임 원장은 용기를 내 실행해주기 바란다.

<이만기 |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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