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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권은 국민들이 보편적 교통 서비스를 제공받아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를 말한다. 국민 누구든 경제적, 지역적, 신체적, 사회적 여건에 상관없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이기도 하다. 저소득층, 낙후지역, 장애인, 소외계층을 위한 교통대책과 사회 통합을 위한 교통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헌법을 개정해 교통권을 기본권으로 규정해야 한다.

교통권은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보유 및 행복추구권, 제11조의 평등권,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에 간접적으로 의거해 근거를 찾을 수는 있다. 그러나 헌법에 교통권은 직접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헌법 제35조에 환경권과 주거권이 확실하게 규정돼 있는 것과 대비된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서비스가 공급되지 않는 도시 외곽에 산업공단이 자리 잡고 있어 자가용 승용차가 없는 저소득 근로자가 접근하기 어려워 취직을 포기해야 한다고 치자. 이 경우 해당 국민의 일할 권리는 교통서비스 공급 결여로 인해 확실히 침해받게 된다. 정부의 존재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시장 실패를 치유하고 헌법의 권리를 수호하는 데 있다.

기본적 교통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농산어촌이나 도시 달동네에 대한 교통대책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이 공급되지 않는 오지마을에서 교통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이다. 승용차가 없는 고령자가 병이 발생해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최소한의 교통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고령자의 행복추구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고령자와 신체적 교통약자 대책의 개선도 필요하고, 여성·어린이·보행자·이민자·외국인 등 사회적 교통약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여 사회통합을 증진하기 위해서도 헌법에 교통권이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도시에서는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지하철 무료 이용과 같은 혜택을 제공하고 콜센터를 통해 수요대응형 특별교통 서비스를 할인요금으로 제공하고 있으나, 교통서비스가 절실하게 필요한 농산어촌의 고령자에게 그와 동등한 교통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평등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다.

교통은 의식주와 함께 현대사회에서 기본적 삶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교통은 출근, 통학, 쇼핑, 병원 방문 등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교통이 ‘의식주통’으로 규정되는 제4의 생활필수사항이기 때문에 교통권이 헌법에 명확하게 기본권으로 규정될 필요성이 있다. 이를 통해 국민 모두에게 기초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적 교통복지정책의 확실한 법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모창환 |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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