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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이 1만1000개를 넘어섰다. 2012년 12월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공통의 목적을 가진 5인 이상이 모이면 금융과 보험을 제외한 모든 사업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4년이 지난 2017년 3월20일 현재 1만1020개가 설립됐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 소상공인, 소규모 생산자 등이 출자해 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운영하는 조직이다.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 생산, 판매 등을 함께하는 조직으로, 일반 영리법인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2014년 자료를 보면 세계적으로 260만개의 협동조합이 있고 조합원 수는 10억명이 넘는다. 협동조합이 잘 발달되어 있는 스웨덴, 스위스에서는 협동조합이 국민총생산(GNP)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사회적 서비스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협동조합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잘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선진국의 경우 신자유주의 실패에 대한 교정수단으로 협동조합을 생각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은 사회·경제적 변화의 도구로 협동조합을 활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협동조합 연구자인 레이들로 박사는 현재 협동조합의 위기로 3가지를 지적한다. 첫째는 신뢰의 위기, 둘째는 경영의 위기, 셋째는 이념의 위기다. 레이들로 박사는 이 가운데 이념의 위기를 가장 큰 위기로 꼽았다. 경영의 위기와 신뢰의 위기의 기저에는 이념의 위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협동조합의 이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협동조합은 두레와 향약, 계 등 전통적 조직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협동조합 이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보통의 인간이 경쟁이나 도피가 아니라 협동으로 보다 나은 인간의 삶과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생각이다. 또한 협동조합의 최고 가치는 인간 존중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협동을 통해 인격적 평등 및 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상부상조, 자주, 자조, 자립의 이념에 있다.

성공하는 협동조합은 기본 원칙에도 충실하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이 제시한 가입 자유의 원칙, 민주적 절차, 자치와 독립, 경제적 참여, 교육·홍보, 협동조합 간 협력, 지역사회와의 협력 등 7대 원칙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해야 한다. 이름만 협동조합으로 바꿔 달거나 이상적인 꿈만 꾸어서도 안되며 조합원과 직원, 그리고 사업 현장에서 기본 원칙이 실천돼야 협동조합의 본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협동조합도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 활성화가 우선이다. 자본주의 한복판에서 영리기업과 경쟁하여 살아남아야 한다. 인적 단체인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참여와 이용이 기본이다. 그래서 협동조합에는 ‘교육의 원칙’이 있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신생 조합일수록 협동조합 기본 교육이 더 중요하다.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한 협동조합 수가 1만개를 넘어선 이때, 협동조합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기본 이념 교육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춘래 | 농협청주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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