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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초 생면부지의 낯선 이국 베트남을 찾아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호찌민 시청 문 앞에 섰다.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문화엑스포 재단이 주관해 개최한 대규모 문화행사 ‘실크로드경주2015’가 막 끝난 때였다. 손에는 2015년 행사 결과보고서, 2006년도에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장기간 열렸던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2013년도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전 세계 관광객 490만명이 방문한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결과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세 번째 해외개최 도전을 위한 호찌민시 측과의 첫 대면의 자리였다.

호찌민시 문화담당 부시장과 대외협력국장(현 주한 베트남대사)을 만나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의미와 성과를 꼼꼼히 설명했다. 문화를 가지고 지방이 바로 세계와 이어지는 행사를 최초로 개최한 지역이 경주였다는 점, 경주는 한국에서 최초로 통일을 하여 1000년 동안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지역으로서 이집트와 중국,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인도와 아랍 등 세계문화의 원류들과 교류한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한 국제도시였다는 점도 소개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호찌민 부시장과 대외협력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대화가 진행될수록 베트남 측도 우리의 진정 어린 뜻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후 절차를 거쳐 양국 정부의 승인을 얻고 행사 개최 양해각서 체결(2016년 9월13일), 양 지역의 도지사와 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직위원회 구성(2017년 2월21일), 전문가 자문 등 많은 사람들이 양국을 오가면서 난제들을 협의 조정해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베트남에서 가장 좋은 계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시기인 11월11일 본행사의 개막을 앞두고 있다. 지난 2년간의 노력이 이제 결실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와 설렘이 밀려온다.

인구 1000만의 도시 호찌민시를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 많았다. 호찌민은 관광 소비시장을 구성하는 고유문화 유적, 교통 편의성, 관광 환대성 등의 만족도가 높은 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다. 아시아 남방지역 특유의 자연과 문화적 기틀 속에 프랑스적 서구 문화가 접목되어 마치 서양에서 호흡하고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관광객 입장에서 호찌민 시내는 일단 쇼핑하기에 좋다. 물가가 싸고 종류도 다양해 만족감이 높다. 쌀로 만든 음식이 많아 한국인 입맛에도 맞는 지역 특색음식이 다양하다. 고온 다우 지역이어서 삼모작 경작으로 쌀을 다량 생산하기 때문이다. 제빵과 커피도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또한 더운 지방이라 야간을 활용할 수 있어 여행 만족도가 더 높아지는 곳이다. 호찌민 시민들은 동양적 체구에서 나오는 가냘픈 이미지, 유교사상을 숭상하는 제례문화, 열심히 일해서 자식을 교육하는 교육열, 가족공동체 정신이 우리와 많이 닮아 있다. 장기간에 걸친 전쟁의 탓인지 30대 연령이 인구 6할을 차지하는 아주 젊은 국가다. 이번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행사는 23일간(12월3일까지) 호찌민시의 심장부 응우엔후에 거리와 공원, 오페라하우스, 벤탄극장 등에서 다양한 한국 문화와 스마트한 우리 경제를 선보인다. 특히 응우엔후에 거리는 우리나라의 광화문광장 격이며 베트남 국부 호찌민 동상이 있는 신성한 곳이다. 호찌민시는 이 장소를 최초로 외국 국가가 주최하는 행사에 장기간 개방해 주었다.

문화의 놀라운 힘은 대립을 조화로, 갈등을 화해로, 모순을 통합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매력적인 국가 베트남과 대한민국의 문화적 동행에 새로운 이정표를 찍기를 기대한다.

<이두환 (재)문화엑스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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