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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가 최근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재미있게 본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지금은 외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찾아 보고 있지만,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외국 드라마를 찾아 보곤 했다. 필자는 <왕좌의 게임>이라는 미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라는 드라마 첫 화의 제목은 극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타크 가문의 가언(家言)이기도 한데, 드라마 중간에 반복적으로 등장해서 그런지 아직도 기억난다. 

최근 국제정세를 보면 다가오는 겨울을 걱정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왕좌의 게임이 진행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각종 자원 가격이 급등했고, 유럽과 러시아의 가스관을 통한 에너지 게임은 한국이 수입하는 LNG 시장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탄소중립을 향한 에너지 전환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아직은 국제적인 에너지 시장의 중심에 화석연료가 있다. 한국도 최종 에너지 소비의 60% 정도를 석유, 가스가 차지하고 있으며, 지금은 20%에 미치지 못하는 전력의 비율을 높이는 전기화가 탈탄소화의 수단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국내 전력의 60% 이상을 석탄과 가스를 사용하여 공급하고 있다. 국제적인 에너지 게임이 가져온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전력거래시장에도 영향을 주면서 전력도매가격(SMP)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동일한 상황에서 SMP의 상승은 한국전력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한국전력은 올해 30조원 내외의 적자를 예상한다. 이러한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인 대응으로 SMP 상한제의 도입 등이 고려된 바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한국은 독점적인 에너지 시장을 규제체계를 통해 유지하면서 전력소매시장의 가격인 전기요금조차 정부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시장이라는 것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을 의미하기에 전력소매 부문에 시장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딱히 맞는 표현은 아닌 듯하다. 게다가 현재 전력시장의 모습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소비 행태에 왜곡된 대비책을 마련하도록 잘못된 방향을 가리킬 수 있다. 겨울이 되면 천연가스의 소비가 늘고 가격도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인데, 올겨울은 러시아 가스관 이슈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예년보다 훨씬 높아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원료비가 연동되어 있는 도시가스 가격은 오르고 전기요금은 제자리인 상황이라면 난방을 위해 가스 사용을 줄이고 전기 사용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가 된다. 그러나 이는 국가적으로 봤을 때 에너지의 비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 가스를 활용해 생산한 전기로 난방하는 효율이 가스로 직접 난방하는 효율보다 낮기 때문이다. 

한국의 에너지, 특히 전력시장의 거버넌스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고, 나아가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 신산업의 육성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에너지 시장의 위기는 우리 전력 거버넌스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력 소매부문 개방을 통해 시장을 조성하고, 시장가격 및 활동에 대한 감독기관을 설치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물론 에너지 가격이 시장에 노출되는 만큼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복지도 함께 정비해야 할 것이다. 

겨울이 오고 있다. 에너지 시장에 몰아칠 폭풍을 대비하면서 슬기롭게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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