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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불응(給電不應). 전기를 공급하라는 명령에 응하지 않음. 재생에너지의 특징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오로지 자연조건이 허락될 때만 발전이 가능하고,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전력 생산을 보장할 수 없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재생에너지는 항상 동일한 용량의 예비발전기를 둔다. 재생에너지가 전력을 생산하지 못할 때 예비발전기를 가동해 전력을 공급하도록 하는 것. 따라서 재생에너지가 아무리 많이 공급된다 하더라도 동일한 예비발전소를 또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재생에너지의 비싼 발전단가에 추가적으로 얹어지는 가격임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가 원자력과 제로섬 관계에 있어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원자력발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다른 발전소를 줄일 수 없다.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라 경직성 전원인 원전의 출력 감발 빈도와 강도가 증가해 정상적인 원전 가동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날씨 등 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의 문제를 원자력발전이 해소하지 못한다고 해서 원전을 줄이라는 이상한 논리다. 원자력발전은 일정한 주파수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가 환경에 따라 출력이 들쭉날쭉한 것을 일정하게 잡아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원자력을 빼야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력망을 운영할 때, 수요나 공급이 변화하면 누군가는 이를 고려해 전력을 더 생산하거나 줄여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 역할을 석탄발전소에 맡겨 왔다. 원자력발전은 가장 값싼 발전원이기 때문에 출력을 조정하기보다는 100%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전 비중이 70%에 달하는 프랑스에서는 원전도 이러한 출력 조정을 하고 있다. 

우리의 수출원전인 APR1400 노형은 2017년 유럽연합(EU)의 요건을 통과한 바 있는데, 이 요건 가운데 하나가 일정 범위에서 출력 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도 프랑스처럼 가능하다는 말이다. 다만, 하지 않을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에너지정책은 나라마다 고유하다.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자원 그리고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기술에 따라서 에너지원의 선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 대세론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한국의 태양광발전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절반밖에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다. 풍력발전은 영국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시설을 아무리 설치해도 전기가 나오지 않으니 그만큼 비싸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국은 재생에너지의 적지가 아니다. 게다가 재생에너지를 통해서 탄소중립에 가까워진 나라 대부분은 수력발전이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이 아니다. 

사용후핵연료에 대해서는 어떤 말로 선동을 하더라도 지난 45년간 우리가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해온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 화장실 없는 맨션을 지었다는 누군가의 비방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이런 비방을 하는 누군가는 정부를 비롯한 원자력계가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을 구하기 위해 노력할 때마다 지역 주민을 부채질하고 대규모 조직적 시위를 통해 좌절시켰던 그 당사자들이다.

그들은 탈원전 정책에 따른 한전의 적자에 대해서도 망측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전력 1킬로와트시(kWh)당 발전단가는 원자력 60원, 석탄 80원, 천연가스 120원이고, 재생에너지는 200원이 넘는다. 한전은 그렇게 공급받아서 kWh당 109원에 판매해왔다. 원전과 석탄발전의 비중이 줄면 한전의 손실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얘기가 아닌가?

탈원전 정부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원전의 이용률을 떨어뜨린 것은 통계로 확인된다. 원전으로부터 값싼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니 한전은 적자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은 혁명적으로 증가해왔다.

최근 석탄발전과 천연가스 발전의 단가가 2배 넘게 올랐다. 한전 적자구조가 더욱 심해진 것이다. 이 또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계획대로 지속되고 이용률이 유지되었다면 크게 완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대안 없는 반대와 반대를 위한 억지논리는 이제 마감하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더 이상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국가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토의할 수 있길 바란다. 


*이 기고는 경향신문 11월30일자 28면에 실린, 손제민 논설위원의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단도직입 인터뷰 기사(“재생에너지 늘면 원전은 줄어야…윤 정부, 원전 늘리기는 시대착오”)에 대한 반론입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재생에너지 늘면 원전은 줄어야…윤 정부, 원전 늘리기는 시대착오”

석광훈(52)은 1990년대 중반 전남 영광 원전(현 한빛 원전) 3·4호기 반대운동을 계기로 30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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