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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낯설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은 학문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모든 국가에서 생산, 경영 및 지배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급진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로 이어지는 초연결 사회에서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이 인간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람과 기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기술과 가상과 증강현실을 응용한 사이버 기술이 보편화될 것이다.

이러한 소용돌이가 예고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민과 관이 누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야 하느냐로 갑론을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혁명이 일어나야 할 부문이 침묵하고 있다. 교육이다. 사유와 이성적 판단을 통한 가치부여와 뜨거운 가슴을 지닌 호모 사피엔스만이 다가올 시대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교육은 지식습득을 용이하게 하고, 배움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접하며, 가치를 공유하게 하는 과정이다. 교육은 백년을 내다보고 세워야 한다는 의미의 ‘교육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는 장기적 계획의 중요성뿐 아니라, 교육 그 자체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일년의 계획으로는 곡식을 심고, 십년의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는 것이 제일이나, 평생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일이란 뜻이니, 하나를 심어 하나를 수확하는 것이 곡식이요, 하나를 심어 열을 수확하는 것이 나무이니, 인재양성이야말로 하나를 심어 백을 수확할 수 있는 국가와 사회발전의 디딤돌이란 의미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교실에 진정한 교육이 있는가? 공교육이 죽고 사교육이 판을 치는 형국에, 이마저도 입시를 위한 수험전략 과정이지 교육이라 보기 힘들다. 연도별 발생사건을 순차적으로 나열한 것을 찾고, 외운 공식대로 수학문제를 푼다. 사유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적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칭찬했던 건 한국의 교육열이지 교육방식이 아니었다.

미국의 한 공립 고등학교 세계사 수업에서는 ‘파리지옥이라는 곤충을 잡아먹는 식물이 어떻게 프랑스 혁명을 유발시켰을까?’라는 주제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이 식물이 발견되기 이전의 생물은 신에 의해 크게 동물, 식물, 그리고 광물로 확연히 나뉜 상태였다. 그러나 이 식물의 등장은 잎, 꽃, 뿌리 등의 식물이 지닌 특성과 먹이를 잡아채 먹는 동물의 특성을 함께 지님으로써 식물과 동물의 경계를 무너뜨린 역사적인 사건이 된다. 프랑스 혁명 이전의 인간 사회 역시 신에 의해 상류, 중류, 그리고 노동계층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사회였다. 파리지옥의 등장은 이것이 인간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혁명의 도화선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 다른 수업의 예는 ‘현재의 세계지도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의 토론 수업이었다. 북극을 중심으로 한 지도를 통해 보면 지금까지 봐왔던 세계관이 바뀔 수 있다. 제국주의 시대의 지도는 그들이 확장한 식민지에 관심을 쏟는다. 지도 제작에는 제작자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상은 단편적인 예일 뿐이다. 교실은 생각하는 질문을 하고, 많은 학습과 토론을 통해 일률적인 답이 아닌 각양각색의 결론을 도출하는 교육의 장이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단순 반복되는 일은 로봇이 도맡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존립과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근거를 찾는 일은 교육혁명에서 비롯되어야 할 것이다.

엄치용 |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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