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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6월 13일 지면게재기사-

대통령 비선실세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의 부정입학은 입시의 공정성 문제를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으로 수시전형의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이번 정부는 수시전형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수능절대평가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에 반대한다. 수시전형 불신 심화의 방증이다.

수능으로 학생을 뽑는 방식은 사용기간이 만료되었다. 객관식 문제는 기본적인 학력을 측정하는 도구일 뿐 창의성이나 도덕성 등 다양한 특성을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객관식 평가로 학생을 선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독서와 실험, 수행평가와 토론, 글쓰기와 과제 제출 등 다양한 지적 활동으로 학생을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학생과 학부모, 대중이 이에 반대한다. 그들의 외침은 대체로 같다. 수능으로 돌아가라.

수능은 수시보다 공정하지 않다. 응시 기회의 공정성과 점수 취득을 위한 과정의 형평성은 다르다. 1990년대 후반, 이미 ㄷ외고 한 곳에서 일부 광역자치단체 전체보다 서울대를 많이 보내기 시작했고, 수시전형에 대한 고민도 싹텄다. 교육 기회의 현격한 격차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수능 당일 문제를 풀기까지의 과정이 공정하다는 말은 비현실적이다. 수능 전형을 확대하면 그나마 현재 유지하는 명문대 지방 학생 비율조차 지키기 어렵다. 그럼에도 다수가 정시 복원을 외친다. 수시전형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데다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가지 방향으로 교육부가 국민을 설득해 여론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시사 2판4판]삼중창 (출처: 경향신문DB)

첫째, 수시전형의 교육적 우월성이다. 도덕성과 창의성, 문제해결 능력 등 다양한 능력을 지닌 인재는 성실하고 정교한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고3 교실에서 교육방송 문제집을 푸는 행위가 국가적 손실이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는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힘써 학생의 수학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높여야 한다. 암기와 수용에서 이해와 표현, 참여로 인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도록 지속적인 학교교육의 질 향상에 매진한다면, 사람들의 교육관도 바뀔 것이다. 수시전형 확대의 긍정적인 측면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수시전형의 공정성이다. 이는 교사 평가의 공정성과 대학 선발의 공정성 두 측면에서 보면 된다. 교사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여 학생 평가의 질적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교사 평가에 대한 학부모나 학생의 이의 제기를 논의할 구조의 형성도 필요하다. 대학의 선발기준도 명료하게 만든다. 수시전형에서 선발 주체는 대학인데, 여기서 의혹은 증폭된다. 정시전형에서 대학은 성적을 승인한 뒤 합·불 여부만 판단한다. 그런데 수시전형의 경우 대학이 선발주체가 되면서 신뢰도는 하락한다. 정유라씨 부정입학 문제와 최근 교육방송 다큐멘터리에서 제기한 특목고 우대 의혹 역시 이런 배경을 지닌다. 대학의 선발권을 존중하면서도 선발과정 감시를 통한 수시전형의 공정성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각 대학의 서류심사 과정과 면접전형의 평가 방식을 지속 감시하고 개선책을 적극 제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미래를 짊어질 인간을 위한 도덕적 고민을 시작하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성과 감성, 덕성으로 인간을 바라볼 공정한 시각을 찾아야 한다. 다수가 수시전형에 합의하는 수준만 되어도 이번 정권은 대한민국 교육사에 큰 업적을 남길 것이다. 서두르지 말자.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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