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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국 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해온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일부 학생을 골라서 하는 표본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이 오는 20일 치르는 올해 시험부터 적용된다. 일제고사 형식의 성취도평가 개선을 환영한다. 그동안 이 시험은 서울 강남의 부자 동네부터 산간 벽지까지 전국의 학교를 성적순에 따라 한 줄로 세워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일선 교육에 각종 파행을 불러왔다. 학생들의 시험 스트레스도 가중시켰다.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가르친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국가가 설정한 교육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이다. 정부가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자는 취지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전국에서 1~3%의 학생을 뽑아 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모든 학생이 한날한시에 같은 시험을 보는 일제고사 방식으로 바뀌었다. 학생·학교·지역 간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다.

지난 9년간 시행을 통해 일제고사 형식의 학업성취도평가는 반교육적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기본적으로 시험 성적으로 전국의 학교를 서열화하는 것은 교육의 본령과 거리가 멀다. 교육청이 시험 결과를 학교평가에 반영하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부정행위를 조장하고 성적을 조작하는 일까지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물론 공교육 체제하에서 국가는 기초 학력이 미달하는 학생을 찾아내 책임지고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일제고사식 학업성취도평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학기마다 치르는 중간·기말고사로도 충분하다.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교사들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학업성취도평가 개선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건의한 것을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받아들여 교육부에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앞으로도 초·중등교육 분야는 시·도교육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교육개혁에 미온적인 교육부 관료들을 견인해야 한다. 특히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교육의 공공성을 해치고 있는 자립형사립고나 외국어고 등은 관계 법령에 따라 교육감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모두 일반고로 전환해 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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