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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국회가 별다른 소득도 없이 막을 내렸다. 시작부터 자유한국당이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 MBC노조 탄압, 이랜드파크 부당 노동 강요 등에 대한 청문회 결정을 야당이 단독처리 했다는 이유로 전면 보이콧함에 따라, 제대로 법안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논의가 진행되었던 일부 쟁점법안들의 경우에도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성과라고 한다면 ‘세월호 선체조사위 특별법’, 우병우 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재외국민들이 선거를 할 수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이 통과된 정도이다. 재벌개혁과 부패근절, 양극화 해소 관련 법안들은 심도 있는 논의조차도 이뤄지지 못하고, 차기 회의로 넘겨진 상황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재벌개혁 관련 법안 즉, 전경련 해산 촉구 결의안, 순환출자해소 및 지주회사제도 개선,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황제경영 방지를 위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 시 자사주 소각 등은 현시국과 맞물려 통과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바른정당의 반대, 다수의 재벌개혁 법안들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합의점도 제대로 찾지 못했고, 야당은 무능함까지 드러냈다. 그 외에도 선거연령 18세 하향, 최저임금 인상, 징벌적배상제 및 집단소송제 도입, 전·월세인상률 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건강보험부과체계 개편, 법인세 인상을 위한 중요한 법안들도 정쟁 속에 보류되었다.

되돌아보면 작년 5월 막을 내린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았었다. 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 일자리 창출 및 복지 확충, 경제민주화 등이 시대적 과제였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에 따르면 단순히 정량적인 면에서도 19대 국회의 의원 발의건수는 2016년 3월8일 기준 1만5429건으로 18대 국회 1만1191건보다 4238건이나 많았지만, 가결률은 18대 5.7%에서 19대 7.0%로 1.3%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17대 국회의 가결률 12.2%에 비해서는 5.2%포인트나 낮았다. 전문성과 성실성, 개혁성 측면에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있는 20대 국회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작년 9월 시작한 첫 국정감사가 초반부터 파행이 되었고, 결과적으로도 정책이 실종된 부실국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1월부터 이어진 본회의와 임시국회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여소야대의 유리한 국면으로 개혁법안 처리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야당에서도 개혁법안에 크게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탄핵심판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연장 거부라는 변수가 있었다. 여당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사사건건 개혁법안을 가로막는 행위에만 몰두해왔다. 3월 임시국회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법률의 제정 및 개정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이다. 국회는 뽑아준 유권자들을 생각해서라도 더는 개혁입법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여당은 반성과 함께, 법안 통과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개혁입법의 골든타임이 아니라, 한국경제 회복과 발전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만약 국회가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19대 대선 돌입을 핑계로 법안 처리를 내버려둔다면, 국민들의 분노가 이제 국회로 향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권오인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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