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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법 개정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의 등기임원 연봉이 올해 처음 공개됐다. 그러나 일부 재벌 총수들은 연봉 공개를 피하기 위해 등기임원직을 내려놓는 등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어 이를 보완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개 대상을 비등기임원으로 확대하고, 연봉 지급 기준 등도 밝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를 중심으로 연봉 공개에 반대하는 여론 또한 만만찮다. 보수 공개를 통해 얻는 국가경제적 실익이 없고, 마녀사냥식 신상털기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도 아닌데 민간기업 대주주의 소득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한다.

■ 보수 공개 대상 확대 필요… 산정 기준·방법 공시해야

지난달 31일까지 12월 결산법인들이 사업보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개별임원 보수 공개가 최초로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5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른 것이다. 개별임원 보수 공시제도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로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개별임원 보수를 공시하는 취지는 임원의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책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임원의 유인 구조를 회사 전체의 이익과 일치되도록 하는 데 있다. 특히 그룹 단위로 운영되는 한국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우 개별기업의 성과가 아닌 그룹의 성과 내지 총수일가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보수가 책정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개별임원 보수가 공시되면 이러한 문제점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것일까. 사업보고서 제출 직후 경제개혁연구소가 상장회사 전체의 보수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상 상장회사 1666개사 중 개별임원 보수를 공개한 회사는 418개사였고, 연간 보수액이 5억원을 넘어 보수를 공개한 임원은 전체 8579명 중 64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수로 보면 25.1%, 임원 수로 보면 7.46%만이 개별임원 보수 공시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는 반대로 전체 상장기업의 75%와 임원의 92.5%는 보수 공시 대상에서 제외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법에서 임원 보수의 공시 방식을 임원별로 하도록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기업 중 일부 임원에 대해서만 공시가 이뤄진다면 이는 규제로 인식될 것이며, 이를 회피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손질이 시급하다.

첫째, 미등기임원 중 보수액 상위자 일부를 포함하는 등 공시 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보수액이 공시되고 있는 재벌 총수일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최근 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이 심도 있게 논의되자 상당수 총수일가는 자신들의 보수가 공개될 것을 우려해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고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개별임원 보수 공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보수액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같이 최고경영자의 등기 여부를 불문하고 보수액 상위 3인 등 최소 5인 이상의 보수를 공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둘째, 개별임원 보수의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방법에 대한 공시가 이뤄져야 한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에서는 개별임원 보수를 공시하는 경우 보수 산정의 기준 및 방법에 대해서도 아울러 공시하도록 했으나 이를 제대로 지킨 회사는 찾아볼 수 없다. 정부에서 시행 방안을 논의하면서 보수 산정의 기준과 방법에 대한 공시를 기업의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다.

기업들로 하여금 보수 산정 기준, 방법 및 절차를 마련하도록 의무화하고, 몇 가지 주요 사항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기업공시서식 작성 기준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개별임원 보수 공시는 임원의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임원들로 하여금 지배주주가 아닌 회사에 충성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더 나아가 주주와 투자자들의 회사에 대한 경영판단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어렵게 도입된 제도인 만큼 그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보완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강정민 |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



■ 민간기업 임원 보수 공개 실익 없어… 공기업에 한정해야

지난해 5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올해부터 연봉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의 보수가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예상했던 대로 임원 보수액 과다를 두고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심지어 미등기임원의 보수와 보수산정 기준을 법으로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보수 공개를 통해 얻는 국가경제적 실익이 무엇인지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단지, 기업 경영 투명성 제고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사실 경영 투명성 제고란 영업비밀을 최대한 노출시키라는 것인데, 영업비밀을 가능한 한 노출하지 않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상장사 임원 보수 공개 확대와 관련해서는 최소한 투자자와 채권자 보호를 위한 순기능 중심의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논의는 이보다는 오히려 국민의 알권리만 충족시키려는 정치적 선전으로 변질되는 듯해 안타깝다.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외국 법제와 비교해 볼 때 합리성이 결여된 ‘묻지마식 폭로’로 우리 사회가 사분오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원 보수 공개 입법안이 처음 나왔을 때 논거는 미국이 이미 1934년 증권거래법을 제정할 당시부터 상장사 임원 보수를 공개해왔으며, 심지어 2008년부터는 임원 보수를 제한하는 입법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일본은 물론 독일 등 유럽 국가도 연봉 상위 임원의 보수를 공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국가들이 연봉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데는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즉 이들 국가 중 그 어느 나라도 주주들이 임원의 보수를 제한하는 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934년부터 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했지만, 사실상 이사회만이 보수를 정하도록 돼 있어 주주들이 임원 보수를 통제할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2007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정부 구제기금 수혜액 기준 상위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의 평균연봉이 2500만달러에 달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가 2008년 공적자금을 투입받는 기업들에 한해 CEO 연봉은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도록 법을 제정한 것이다. 유럽 국가들 역시 임원의 보수는 이사회의 권한 사항이므로 이를 통제하는 차원에서 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상법 최초 제정 당시인 1962년부터 이사의 보수는 주주총회에서 정하도록 했있다(상법 제388조). 즉 미국이 2008년에 부실기업 CEO들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우리는 이미 50여년 이전부터 시행해왔던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최대 흑자기업인 삼성전자 CEO의 연봉이 미국 부실기업 CEO 연봉의 5분의 1에 불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등기임원이 아닌 5억원 이상 수입자들의 소득도 공개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회사로부터 보수를 받지 않고 이익배당과 기타소득만 발생한 주주들도 있을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도 아닌데, 민간기업 대주주들의 소득이 5억원을 넘었다고 공개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무래도 억지스럽다. 그럼에도 공개해야 한다면, 공적자금을 받는 기업들에 한해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전삼현 | 숭실대 법학과 교수기업법률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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