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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의원의 거취 논란과 관련해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있고 국민들도 불안하게 느끼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주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때처럼 종북세력을 직접 거론해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국가관, 국민불안 등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그가 문제삼은 것이 경선 부정이 아니라 종북 논란 등 사상검증과 관련된 것임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경향신문DB
그의 발언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 그것이 이른바 종북 의원에 대한 제명 지침을 제시한 것이라면 매우 초법적 발상으로 적절치 않다. 박 전 위원장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렇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친박 일색인 당 지도부에 강력한 지침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두 사람의 종북 여부는 최종적으로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다. 경선 부정도 통진당 내부조사와 징계절차를 지켜보는 것이 순서다.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국가관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종북’으로 몰아 의원직 제명을 한다면 여간 비이성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통진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종북 논란에 대한 그의 발언은 이보다 훨씬 커다란 문제를 살피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것은 박 전 위원장의 국가관이다. 이정미 통진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총으로 합법적 정부를 전복한 5·16 쿠데타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입장이 무엇인가. 유신헌법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대권 후보답게 자신의 국가관부터 국민 앞에 검증받으라”고 말했다. 매우 필요하고 적절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시 묻는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국가이익을 절대시하는 국가주의로 오해될 수 있는 국가관이나 정치철학 같은 모호한 개념보다 민주주의관을 묻는 것이 더 구체적이라고 본다. 또 유력 대선 후보에게서 최우선적으로 검증돼야 할 것이 민주주의관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의문에 대해 지금까지 박 전 위원장에게서 들은 답변은 매우 제한적이다. 가령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5·16 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했다. 유신체제는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또 2007년 1월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처형된 8명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지난번에도 법에 따라 한 것이고 이번에도 법에 따라 한 것인데, 그러면 법 중 하나가 잘못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가 부친의 과오에 대해 다소나마 인정한 것은 지난 3월 “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가져왔다”는 말이 유일하다. 국민은 공인 중의 공인인 박 전 위원장에게 물을 권리가, 그는 대답할 의무가 있다. 박 전 위원장의 민주주의관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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